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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무총리 표창 필요 없으니 당장 가져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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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무총리 표창 필요 없으니 당장 가져가시오

백병걸 전 전북대학교 수의대학장

▲백병걸 전 전북대학교 수의대 교수. ⓒ

1998년 초 농림부는 소 브루셀라병 예방을 위해 58만두 분량의 ‘RB51 백신’을 생산해 한우와 젖소 농가에 보급했으나 접종된 소 가운데 6499두에서 유·조산이 발생하자 농가들은 백신 부작용 사고로 규정하고 농림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농가의 항의가 거세지자 농림부와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검찰 진술에서 ‘브루셀라병을 연구해 온 백병걸(당시 전북대 수의대학장)교수의 연구 보고가 허위 작성됐다’고 언급해 소위 ‘브루셀라백신 파동’이 시작됐으며 백신 예방접종 정책은 이때부터 중단됐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소 브루셀라 발생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백신을 쓰지 않는 국가가 된 이유다.

그러면 백신 부작용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당시 농림부는 축산 농가의 항의가 빗발치자, 농림부내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부작용 원인과 보상대책을 강구했고, IMF 금융 위기의 DJP 공동 정부하에서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부작용에 대한 법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1998년 12월 8일 검찰은 필자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이미 검찰은 황우석교수를 포함한 20여명의 증인들로부터 ‘연구가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확보한 후였다.

나의 연구실과 집은 그 때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거액의 숨겨진 돈을 찾는다며, 목욕탕 천장까지 뜯어내는 등 이 잡듯이 조사했으나 뭉칫돈은 커녕 통장에 3만2000원의 잔고만 확인했다. 

그 일로 필자의 '뇌물수수 혐의'에 결백함이 증명되기도 했지만 검찰 수사관으로부터는 참을 수 없는 수 없는 모욕과 구타를 당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 하나 어처구니 없었던 것은 당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501두의 한우를 북한에 보냈는데 그 소에게 브루셀라균을 접종해 유산과 조산을 일으켜서 남북관계를 교란을 획책했다는 혐의까지 필자에게 덮어 씌우려 했다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 어처구니 없는 혐의 또한 벗을 수 있었다. 

그 뒤 2005년 11월 3일 국회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실에서 주관한 인수공통전염병 긴급 릴레이 정책 공청회에서 필자는 첫 연사로 나서 ‘국내 브루셀라병 문제점 및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백신 부작용 사건이 검찰과 농림부에 의해 조작되었음을 적나라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중계를 하던 국회TV는 '방송사고'라며 필자의 발표 내용을 모두 삭제한 편집 영상을 방영해 그날 정책 공청회에 참가했던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생과 친지, 가족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언젠가는 그 삭제된 영상자료가 세상 속으로 나와 방영되는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

앞서 1998년 농림부는 백신 파동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검역원장을 반장으로 한 특별대책반(Task Force)을 조직했는데 황우석교수는 18명이 참여하는 모니터링 팀장을 맡았고 14명의 안전성 평가 팀이 합류한 조직이 구성됐다. 이후로도 황우석 교수는 정계, 학계 그리고 법조계를 넘나드는 인맥을 다지며 유명인사가 되어 갔다.

그런데 TF에서는 그해 10월 4일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미국에 의뢰했다. 

그 결과 ‘RB51은 안전하지만 한국에서 생산된 백신은 포도상 구균 외 4종의 잡균에 오염되어 있는 채 소에게 주사된 것’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황우석 팀장은 백신이 생산 공정에서 세균의 오염에 의한 것임을 내가 긴급체포 되기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검찰에서는 연구가 잘못돼 백신 파동이 발생한 것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했던 것이다.

백신이 오염된 사실은 은폐하고, 성공한 국내 적응실험 결과를 엉터리 연구로 매도한 농림부와 황우석교수의 허위 조작 사실을 밝히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소 브루셀라병에 의한 피해는 앞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소 브루셀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규정이나 국가 예산, 인원, 건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농림부 고시를 엄격하고 철저히 지키면 되는 것이다. 

국가의 경제적 손실과 환경 오염 훼손,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과거 정부의 가축방역 정책은 통치권자의 청산 의지만 있으면 된다. 

이번에도 농림부가 필자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면 당시 정부에서 필자에게 수여한 국무총리 표창을 반납할테니 당장 가져가기 바란다.

허울뿐인 명예보다는 건강한 백신접종을 통해 대한민국이 소 브루셀라병 청정국의 반열에 올라 서는 것이 필자에게는 훨씬 큰 영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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