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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이 되려면? '공간'보다 '내용'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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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이 되려면? '공간'보다 '내용'이 핵심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장소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지리학자가 바라본 공간력

한 달만 지나면 한 해가 저물고 검은 토끼해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쯤이면 여러 분야에서 트렌드 키워드를 뽑아서 사회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 중 <트렌드코리아 2023> 이 제시한 10대 키워드 중 사람을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 공간력에 대해 지리학자의 눈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표현한 공간력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 가상과 현실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어주는 연계력, 디지털전환 시대에 맞는 메타버스와 융합을 통한 확장력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보다 더 구체적으로 공간력은 더 크고 더 가깝게 변신하는 공간이며, 고객 경험을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공간,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을 합성한 온-오프 블랜딩 전략으로서 공간, 메타커머스를 완성하기 위한 가상현실을 통한 제3의 공간 등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물리적 공간으로서 자본주의나 세계화로 인해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 중심의 획일화되고 상품화되어 고객을 끌어들이는 상업 공간을 의미한다. 채워지지 않은 공간에 고객의 경험을 연출하여 상업화에 특화되도록 기획하고, IT 기반의 기술을 접목하여 최신 소비트렌드에 맞춰 공간의 자본력을 높이는데 치중을 하고 있다.

제시된 사례로서 거대한 규모의 공간인 에버랜드, 롯데월드와 같은 테마파크, 대형 쇼핑 공간 '더 현대' 등을 통해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으며, 대형화 전략이 아니더라도 유통 체인점을 통한 소규모의 획일화된 공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공간에 음식, 커피, 디저트 등의 복합문화를 향유 할 수 있는 경험경제의 특성을 반영하고, 아마존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패션 매장과 같이 빅데이터의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가상과 현실을 연결해주는 연계력의 공간력을 보여주고 있다.

▲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한편 인본주의 대표 지리학자인 이푸 투안(Yi-Fu Tuan)은 공간과 장소의 개념을 구분하였으며, 공간은 인간이 경험과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추상적인 세계이고 그 공간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면 장소가 된다고 정의했다. 그리고 개인의 경험들이 무의미한 공간을 의미 있는 장소로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곳, 정서적인 유대 및 끈을 통해 가치를 형성해 가는 공간을 장소라고 하였으며, 이는 결국 애착이 가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의미한다.

결국 공간과 장소를 비유하자면 공간은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의 새로운 광경에 처음에 끌리는 것이라면, 장소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포근함으로 인해 계속해서 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공간과 장소를 갈망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애착과 경험이 녹아 있는 곳은 역시 장소라 할 수 있다.

경험과 가치를 지닌 기억저장소 같은 추억의 장소 필요

팬데믹 이후 우리는 소매 종말(리테일 아포칼립스)을 막기 위해 거대한 자본력을 투입하고 첨단기술을 접목하여 최신 소비 트렌드에 걸맞은 상업화된 공간을 만들고자 공간력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공간력으로만 채워진 공간은 결국 경쟁으로 내몰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간에 경험과 진정한 가치를 지닌 사회, 문화, 가치관 등의 다양한 기억이 보존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장소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 및 자본의 거대한 힘은 없는 곳이지만 몇십 년이 흘러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장소가 있다. 사례로 서문여고 뒷골목의 몇십 년째 자리 잡고 있는 추억의 떡볶이 집, 1932년부터 운영되어 오던 추어탕 원조집, 미국 오클라호마의 100년 된 핫도그 집 등은 현대화된 최신시설의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겨진 추억의 공간, 즉 경험의 가치가 부여된 장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소들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시 가고 싶은 추억저장소로 뇌에 기억되어 장소에 대한 행복감과 만족감을 통해 다시 그 장소로 발걸음을 유도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아무리 자본과 기술의 투입 및 경험경제의 연출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일지라도 진정 행복한 경험과 가치가 결여 된다면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찾아오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장소의 힘을 지닌 지속 가능한 장소력 조성이 필요할 때

공간은 브랜드나 상품들을 단순하게 판매하는 장소라기보다는 그 가치를 보다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로 활용할 수 있다. 책 <트렌드코리아 2023>에서 '공간은 잡지다'라는 표현은 자본과 기술을 통해 공간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며 창출한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공간력을 뜻한다.

여기서 제시한 공간은 새로운 아이템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역의 특성과 경험적 가치를 반영한 장소성에 기반한 공간이 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공간은 '고전'이 되어야 한다. 이미 있던 공간도, 지금 만들어질 공간도 빠르게 각자 장소의 개성에 맞게 핸드메이드 공간으로 재탄생되어야 할 것이다. 변화무쌍한 미래 속에서 단순히 물리적 개념이 아닌 사람들의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 공간, 다시 말해 고유한 가치가 만들어진 사회적 공간인 장소의 힘을 가진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에 따라 상업적인 목적하에 만들어진 인공적인 공간이라도 역사, 문화, 사람의 정체성, 문화자본 등과 경쟁이 아닌 상생과 포용의 가치를 지향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때 빛이 날 것이다. 트렌드만 쫓지 말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지금은 '시성비'(시간에 아깝지 않은 경험) 뿐만 아니라 고전과 같이 오래도록 읽히기 위한 지속 가능한 곳으로 만들어지도록 장소력 조성에 힘써야 할 때이다. 획일화되고 고객 유치만을 위한 공간들을 찍어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강력한 장소의 힘을 가질 수 있는 진정성이 부여된 공간, 그것이야말로 미래가 추구해야 할 공간이 아닐까 싶다.

결국 우리 지리학자의 눈에서 바라본 2023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공간력이 아닌 장소애의 공간, 실제 공간의 마법(Magic of Real Places)으로서 장소력이다.

채지민 박사는 지역정책 전문가로 경기연구원, 성남산업진흥원을 거쳐 지역산업분석 및 지역혁신정책 등을 연구하는 상화연구소의 대표직을 맡고 있으며, 대학에서 글로벌 경제와 지역문제, 지역 및 공간 정책 실습, 지역개발협력 등의 과목을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 지자체 발전전략, 지역산업육성, 창업 활성화,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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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지리학회

1997년 11월 한국 지리학내 전문학회로 발족한 한국경제지리학회는 국내외 각종 경제현상을 공간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연구 역량을 조직화하여 지리학의 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지리학회는 연 2회 정기 학술 발표대회와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선진 연구 동향을 토론하는 연구 포럼, 학술지 발간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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