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추억의 장소였던 이마트, 다행히 노사 서로 양보와 타협으로 막을 내려 뿌듯합니다."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경기 시흥시 이마트 시화점에서는 노사 간의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다.
이마트 시화점을 운영하는 ㈜성담유통 측이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직원들에게 폐점을 통보하면서, 마트 노조 측이 이에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상권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취지로 진행된 '폐점반대 선언'에는 1500여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참석하면서 사측을 규탄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말 사측이 제시한 폐점 예정일을 앞두고 지난 1일에는 전면 총파업이 이뤄지며 모든 노조원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온라인으로의 산업구조 변경 및 경영제휴계약에 의한 단일점포의 한계점 등을 고려해 본 결과 손해가 더욱 증가한다고 판단, 폐점을 무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노조 측은 폐점 철회 및 고용 보장을, 사측은 폐점 결정을 밀어붙이며 평행선이 이어지는 갈등 속에서 시흥시는 계속해서 중재 노력을 이어나갔다.
노사 양측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소춘 부시장 주재로 TF가 운영됐으며, 임병택 시장까지도 직접 입장문을 내며 원만한 사태 해결을 요청했다.
결국 노사는 서로 간의 양보와 타협을 통해 지난 9일 폐점을 진행하는 대신 △6개월간 고용 유지 △퇴직위로금 지급 △고용승계 보장을 위한 성담·시흥시 협의테이블 구성하는 등의 내용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이어 17일에는 조인식이 진행되며 양쪽이 제시한 중재안을 확정하고 서로 결과를 받아들였다.
지난 7개월여 간의 노사 갈등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에 <프레시안>은 고형근 경제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마트 시화점 폐점 사태'와 관련한 시의 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봤다.
다음은 고 국장과의 일문일답.
- 이마트 시화점 폐점 사태의 발발 원인이 무엇인가.
이마트 시화점은 다른 마트 점포와 달리 ㈜성담유통이 ㈜이마트와 경영제휴 계약을 맺고 ㈜이마트의 물류·회계 시스템 등을 이용해 영업을 하는 형태다.
이러한 형태의 마트는 전국에 단 3곳만 남아있는 굉장히 희소한 경우로, 사태 해결을 위해 지방노동위원회 등을 찾았을 때도 관계자들이 '특이한 형태'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성담유통이 지난 2월 임금 단체협약을 앞두고 노조측에 3개월 뒤인 5월 3일 마트를 폐점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마트 시화점 소속인 직원들은 안타깝게도 사측의 통보로 인해 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성담유통이 시화점을 폐점하게 되는 경우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다른 점포로의 전환배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조합원들은 노·사간 충분한 논의의 기회 없이 이뤄진 회사의 일방적 폐점 통보에 크게 당황했다. 이를 발단으로 집회가 시작됐으며, 노사 갈등으로 비화됐다.
시민 사회에서도 ㈜성담유통이 폐점 결정 과정에서 노조와 충분한 대화의 시간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노조 측은 사태 해결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며 시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에 시흥시, 특히 경제국은 노동자의 권익 보호, 지역상권 활성화 기능 수행 등의 역할을 맡고있는만큼 노사간의 협의를 주도하며 해결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 노사 양측의 요구사항이 무엇이었으며, 시에서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노측은 사측의 일방적인 폐점결정에 반대하고 폐점철회와 고용보장을 요구했으며, 사측은 마트 경영 악화에 따라 향후 회사의 구조적 손실을 우려하며 폐점결정 방침을 유지했다.
이에 시는 우선 사측이 폐점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인식, 사측에 노측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처음 사태가 발발했을 당시 관계 및 협력기관에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은 없었다. 지자체로서의 역할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결국 지난 3월 16일 노·사와 시흥시, ㈜이마트가 참여하는 ‘이마트 지속운영을 위한 대책회의’가 이소춘 부시장 주재로 처음 개최됐다. 그 결과 폐업일이 올해 12월 31일로 늦춰지면서 노·사 간 대화의 시간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사측은 노동자들이 해고에 대비해야할 시간의 필요성과, 향토기업으로서의 책임에 대한 지적에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안다.
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노·사 간 대화라고 판단했다. 각자 의견이 명확하게 갈린다고 할지라도 서로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면 조금씩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처음에는 서로의 의견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이 같은 만남이 모여 시간이 지나며 지금같은 긍정적인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나 싶다.
이어 시는 계속해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등 양측의 입장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접점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임병택 시장 역시 노동자와 함께 상생하는 기업이 시흥 지역사회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성담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 결과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하게 되면서 결정적인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 이번 사태의 결과에 대해 평가를 내리자면.
앞서 언급했듯 이번 이마트 시화점 사태는 기존 마트와는 양상이 달랐다. 프랜차이즈형 점포가 폐업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폐점을 하게 되더라도 전환배치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이므로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었다.
관내에 이러한 구조의 유통기업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시는 이번 사태와 마찬가지로 노·사가 시간을 갖고 대화하며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노·사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의견이 엇갈려도 지속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중재 역할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시도 노·사가 양측이 맺은 약속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독려하며 노·사 요청에 부응하는 시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
우선 직원들이 이마트 시화점 폐점 이후 향후 6개월 뒤 해고 및 실직상태에 놓이게 되는 점에 대해서는 협의 내용과 같이 시·노조·성담이 협의체를 구성해 일자리 지원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사 요청에 따른 일자리 알선이나 업체 입점으로 인한 고용 승계, 인원 고용 등을 요청할 계획이며, 시흥시 종합일자리센터를 통한 시의 취업지원프로그램도 함께 연계하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시민에게 추억의 장소이자 노동자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마트 시화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그러나 양보와 타협으로 화합한 노·사의 결정을 존중한다. 노·사가 지난 9개월 동안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보다 객관적·현실적·구체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사의 요구가 모두 담긴 이번 합의는 시 입장에서는 무조건 존중할 수 밖에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