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국회의원이 "앞으로 며칠간 우리는 '기자가 도어스테핑 장소에서 쓰레빠를 신고 팔짱을 끼는 것이 적절한가 부적절한가',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사용했는가 아닌가'라는 문제를 풀게 될 것이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들인가"라며 해당 사안을 전국민적 이슈로 키운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꼬집었다.
금 전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서 "법의 영역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내는 게 중요하지만 정치의 영역에서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어떤 문제를 푸는 데 쓰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바로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고르고 사람들의 관심을 그쪽으로 유도하는 것은 집권세력의 임무다. 집권을 한다는 것은 그런 의제설정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이 두 가지 문제(기자의 쓰레빠와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조명 사용) 역시 집권세력이 낸 것이다.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고 장경태 의원을 고발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이런 의제(!)를 던진 것"이라며 "한국사회가 지금 이런 문제를 풀고 앉아 있을 때인가"라고 질타했다.
금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는 국민들을 편가르기 해서 과거의 과거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적폐 청산'을 하거나,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친일파의 후예들을 척결해야 한다'며 죽창가를 부르곤 했다. 국민들에게 엉뚱한 문제를 풀게 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다르리라는 기대로 탄생한 윤석열 정부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 예를 들면 비속어 논란에 목숨을 건다. 문제를 잘못 고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화방송사(MBC)와 장경태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태도에 빗대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인터넷에서 자신을 비방한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실이 있다"며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때) 나는 '고위공직자가 일반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더구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던 평소 태도와도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질문을 했다. 조 전 장관후보자는 '너무나 심한 내용의 비방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의 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지금 용산 대통령실 사람들도 비슷한 심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쓰레빠는 너무하지 않느냐', '조명 썼다는 건 완전 허위사실이다', 'MBC 보도는 그야말로 가짜뉴스이고 편파방송이다. 가만히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일 것)"라며 "자기들의 상황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조선시대 예송논쟁으로 세월을 보내던 사람들도 그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라며 "정작 필요한 문제들에는 손도 못 대보고 쓰잘데기 없는 문제를 놓고 싸우면서 날밤을 새우게 된다. 이게 정치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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