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누구에게나 '불공정'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무주택자는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박탈감을 느끼고, 유주택자는 남들보다 싼 아파트에 사는 것에 박탈감을 느끼는 시대다. 모두가 불행한 시대가 된 셈이다.
역대 정부는 보수‧진보를 떠나 모두 '집값 안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집값은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외부의 강한 타격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 지난 40여 년 동안 우상향을 이어왔다. 이런 도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와 진행하는 새 연재 <마강래의 부동산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왜 생겨나는지, 어떤 대안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부동산과 관련한 주제를 두고 <프레시안>이 질문하고 마 교수가 답하는 방식이다.
마 교수는 도시계획과 도시재생, 도시행정을 주제로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온 현장 중심 연구자다. 대표저서로 <지방도시 살생부>(개마고원 펴냄),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메디치미디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개마고원 펴냄) 등이 있다. 편집자.
고향사랑기부제. 일명 '고향세'다. 개인이 자기 주소지 외 희망하는 지자체에 일정 금액(500만 원 이하)을 기부하면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기부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기부금의 10만 원 이하는 전액, 그리고 10만 원 초과분에는 16.5%를 세액공제해 준다.
지자체는 그렇게 받은 기부금을 지역주민의 복리 증진에 사용할 수 있다.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도시민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는 식이다. 개인,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아닌 사람만 기부가 가능하며, 법인·단체,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민, 이해관계자는 기부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었고 2021년 10월 제정된 뒤, 2023년 1월 1일 시행된다.
이 제도는 2008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고향세'(후루사토 노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본인의 출신지 혹은 응원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에 2000엔 이상의 기부금을 내면 세금 공제 혜택과 함께 지자체가 준비한 답례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자체간 경쟁으로 지역의 특산물이 답례품으로 등장하며 일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자연스럽게 '고향세' 홍보로 이어져, 보다 더 많은 일본인들이 기부금제도에 참여하는 순환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부작용도 있다. 고향세 제도를 시행한 첫해 모금액 1위를 도쿄가, 4위를 오사카가 차지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소멸하는 지방을 돕기 위해 만든 제도가 되레 대도시에 큰 이익을 줬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고려해 내년부터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의 모금 주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한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인구 감소로 재정여건이 특히 열악한 농촌·지방도시의 경제 활성화를 돕는 제도이기에 그에 맞는 모금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이미 제도 안에는 여러 부작용을 막을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며 "새롭게 도입된 제도를 시행한 뒤, 그 후에 부작용이 생기면 이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되면, 단순히 지방의 재정이 튼튼해지는 것 말고도 도시민과 지방간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는 향후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시민과 지방간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만든다"
프레시안 : 2023년 1월부터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동시에 답례품을 받는 제도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다. 일본에서는 2008년부터 '고향납세(후루사토 노제)'를 도입했다고 들었다. 일본에선 본인의 출신지 혹은 응원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에 2000엔(약 2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내면 세금 공제 혜택과 함께 지자체가 준비한 답례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알고 있다. 이제 14년 정도 지났다. 그 제도의 효과가 어떤지 궁금하다.
마강래 : 일본 내에서도 매우 성공한 제도로 평가하고 있다. '고향세'를 도입한 첫해에는 기부금이 850억 원 정도였지만 2021년에는 8조 원을 넘었다. 100배가 증가한 셈이다. 지금도 기부금은 증가추세에 있다.
프레시안 : 일본에서 그렇게 성공했는데, 왜 우리는 이제야 도입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지방위기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지 않았나. 혹시 이 제도에 대한 여러 반대 목소리 때문인가.
마강래 : '기부금 받아 운영하면 그게 시민단체지 지자체냐'라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답례품을 통해 기부를 유도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프레시안 : 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듯하다.
마강래 : 일반적으로 기부는 반대급부 없이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진다. 그러니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도 한때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내면 국가가 세액공제를 해 준다. 10만 원까지는 전액을, 10만 원 초과 기부금에 대해서는 16.5%를 세액공제 한다. <정치자금법>의 기부금 세액공제와 유사하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금의 경우는 국세를 떼어내서 지자체에 넘겨주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그러니 기부금 제도가 지방교부세와 다른 게 무엇이냐는 비판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별로 기부금 경쟁이 벌어질 경우, 소속 공무원들이 들들 볶일 게 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프레시안 : 비판하는 부분들이 모두 일견 타당해 보인다. 세액공제 관련해서는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마강래 : 나도 이런 비판들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을 보충해 주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시민과 지방 간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게 중요하다. 돈 낸 곳에 마음 간다는 말이 있다. 기부금을 낸 지역에 더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이는 나중에 기부자가 그 지역에 정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종의 '정서적 끈'이 생기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일본에서 고향세가 도입된 뒤, 부작용은 없었나.
마강래 :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엄청난 답례품 경쟁을 했다. 일본에서 고향세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답례품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지자체는 자기네가 받은 기부금보다 더 많은 답례품을 기부자에게 지급했다. 어떤 지자체는 신용카드를 발급해주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지자체도 있었다. 출혈 경쟁이 오히려 지자체에 악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기부금의 30% 상한선을 권고하고 있다. 일본의 고향세 제도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화했다.
"우리가 도입하는 기부금 제도는 일본과는 다르다"
프레시안 : 우리가 도입하는 기부금 제도는 어떤가.
마강래 : 우리는 일본의 그런 과정을 봐왔기에, 애초 시작부터 지자체 간 경쟁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많이 집어넣었다. 그 첫 번째가 30% 상한선을 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일본의 상한선은 권고 수준이지만, 우리는 법으로 못 박았다. 두 번째가 지역특산품, 지역 상품권 등으로만 답례품을 허용했다. 또한, 법인은 기부할 수 없도록 해놓았고, 개인의 기부금은 500만 원까지로 한정했다.
프레시안 : 답례품에 상한선을 둔 것은 이해가 된다. 법인은 왜 제외했나.
마강래 : 법인의 경우는 개인과는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지자체가 법인에 기부해달라고 로비를 하지 않겠나. 또한, 일부 법인은 이를 이용해 지자체에 각종 이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일단 굴려 본 뒤에 법인도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경우 500만 원으로 한도를 정해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법인도 특정 기준으로 한도를 정하면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본다. 일본의 경우에도 고향세 도입 초기에는 법인이 제외되었다. 2016년부터 법인이 기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법인이 기부할 수 있는 대상도 정부가 인정한 지방창생 또는 지역재생 사업에 한정되어 있다.
프레시안 :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과 차별점이 많은 듯하다.
마강래 : 일본은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에도 기부금을 낼 수 있다. 즉 도쿄 주민이 도쿄에 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에 낼 수 없다. 세액공제 방식도 매우 다르다. 일본 고향세의 세액공제 규모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 일본의 경우 자기부담금 2000엔(약 2만 원)을 초과하는 기부금 대부분을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공제받는다고 보면 된다. 어찌 보면 기부금으로 불리기 무색할 정도다. 그리고 국세인 소득세보다는 지방세인 주민세 공제 비율이 훨씬 커서 결국은 기부금에 따라 지자체 간 세금이 재분배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A 지자체 주민이 B 지자체에 기부를 많이 한다고 치자. 그럼 A지자체의 주민세는 줄어든다. 줄어든 만큼 B지자체로 돈이 재분배되는 구조다.
프레시안 : 이 제도가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줄이려 했다는 점에서 도입배경은 유사하지 않은가.
마강래 : 그렇다.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수도권 일극화의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제도의 도입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고이즈미 정권 때 재정분권의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고향세 도입이 논의되었다.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을 지방에 전가하는 과정에서 지자체간 재정격차가 커졌다. 일본의 고향세는 이를 보정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도 재정격차를 완화하려는 목적이 있긴 하지만 도입배경은 상당히 다르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는 어떻게 다른가.
마강래 : 우리나라에서 고향세 논의의 시초는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부담하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돌린다는 공약이다. 당시 문국현 후보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부터 피해를 본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프레시안 : 문국현 후보가 주장한 고향세는 잘 사는 곳에서 못사는 곳으로 돈이 흘러가게 설계한 듯하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고향세'에는 수도권이 포함돼 있다. 수도권 지자체는 지방보다 재정자립도가 높다. 그런 곳은 빼도 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 내실화를 위해 모금 주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한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고향세는 인구 감소로 재정여건이 특히 열악한 농촌‧지방도시의 경제 활성화를 돕는 제도인 만큼 취지에 맞게 모금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강래 : 문국현 후보가 공약을 내놓은 이후에도, 국회에 관련 법안이 꾸준히 올라왔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권 지자체의 반대에 막혀 도입되지 못했다.
프레시안 : 자기들의 주민세를 나눠서 지방에 줘야 하니 싫었을 듯하다.
마강래 : 기부금이 한쪽으로만 가게 설계하면, 오히려 수혜자와 피해자의 프레임이 대두되는 상황이 된다. 수도권 지자체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그래도 잘 사는 지자체도 기부금을 받을 수 있게 한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보다 일찍 '고향세'를 시작한 일본을 보면 잘 사는 도쿄도(東京都)도 기부금을 상당한 수준으로 모으고 있다.
마강래 : 도쿄도에서 걷는 기부금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도쿄도는 수령액보다 기부액이 훨씬 크다. 고향세에 관해 도쿄도는 큰 적자를 본다. 이 적자가 도쿄도의 주민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정도에 달할 정도로 크다. 일본의 경우는 고향세를 통해 지자체간 재정 격차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빼고, 넣고 하는 방법은 더 큰 논란 불러일으킨다"
프레시안 : 우리의 경우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온 인구가 많기에 이런 정책이 수도권에만 기부금이 몰리는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듯하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기부금이 재정 격차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마강래 : 일본의 경우를 보면, 기부금이 유출되는 지역은 대부분 대도시 지역에 쏠려 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기부자 비율이 높다. 반면에 기부금이 유입되는 지역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 지자체의 경우도 '들어오는 기부금'보다 '나가는 기부금'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격차는 일본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나라 수도권에는 이촌향도한 베이비부머(1955-1974년 출생자)가 440만 명이나 살고 있다. 타향살이의 비율이 높기에 대도시로부터의 기부금이 클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제도는 일본과 달리 수도권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에 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 생각해보니 수도권 내에도 낙후 지역이 상당히 많은 듯하다.
마강래 : 그것이 수도권을 모금 주체에서 빼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수도권이 잘 산다고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모두가 잘 사는 게 아니다. 굉장히 낙후한 지역도 많다. 동두천시, 연천군, 가평군 등은 재정자립도가 20%도 되지 않는다. 서울 내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중랑구, 은평구 등은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다. 특정 지자체를 배제하면 반발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모금주체는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적 차원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어떤 이들은 고향사랑 기부제 대상지역을 비수도권에서도 '인구감소지역'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역을 한정해야 그 지역에 모금액도 많이 가지 않겠는가.
마강래 : 모금 주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한정할 경우에도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이나 쇠퇴지역으로 한정하려면 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준이 행안부, 국토부, 그리고 개별 연구자에 따라 모두 다르다. 또한, 특정 개발사업으로 인구가 한시적으로 증가하는 곳도 있다. 자연히 지역별로 어떤 기간에는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여기에서 벗어나는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지자체가 장기적 시각을 갖고 모금 계획과 지출 계획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그렇더라도 자립도가 매우 낮은 지방 도시를 먼저 이 제도에 들어가게 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마강래 : 이런저런 상황을 모두 고민하다 보면 결국 제도가 누더기가 된다. 제도를 만들 때 수용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 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세액공제 비율을 조절하면 된다. 그런 식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방법을 취하는 게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누구는 빼고, 누구는 넣고 하는 방법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프레시안 : 연장선에서 광역시에서도 기부금을 받도록 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광역은 기초보다 재정이 튼튼하다.
마강래 : 무슨 고민인지 알고 있다. 기초지자체의 역량에 따라 유치 기부금에 큰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면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적은 기부금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도시민들이 즐겨 찾는 특상품이 있는 지자체가 더 많은 기부금을 걷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광역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광역지자체가 기초지자체 간의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광역에서 받은 기부금의 50%는 자신들이 쓰고, 나머지 50%는 격차 보정을 위해 기초에 내리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지자체도 인구 유입과 재정수입확보를 위해 큰 노력을 하는 듯하다.
마강래 : 최근 지방에서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하는 정책을 보면 조금은 답답하다. 현금지출성 복지가 심각한 수준이다.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신생아 보험료, 농민수당 등 현금지출성 복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한 지역에서 시작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이 따라 한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 그럴 경우, 인구 유입 효과는 떨어질 듯하다.
마강래 : 지자체 모두가 이를 하면, 안 하는 지자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줄어든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다. 그렇다 보니 계속 출혈지출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두가 출혈 경쟁에 뛰어들고, 재정지출만 늘어나는 꼴이 된다. 이건 일종의 '낭비적 경쟁'이다.
프레시안 : 서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가 매우 안 좋은 길로 가는 듯하다.
마강래 :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되면, 이런 낭비적 경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시안 :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일명 '베이비부머'들의 상당수는 지방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다. '고향세' 제도가 시행된다면 이들 상당수는 자신의 지방, 즉 고향에 기부할 듯하다.
마강래 :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맞물려 이촌향도가 굉장했던 나라다. 그렇기에 자신의 고향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이들에게 '고향사랑기부제'는 상당히 어필할 것이다.
"기부금 제도의 본질, 잊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되면 지자체들은 상당히 바빠질 듯하다. 기부금 유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답례품을 무엇을 할지도 고민일 듯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답례품이 있어야 그 지역에 기부금이 더욱 늘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마강래 : 이는 지역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력을 키워주리라 생각한다. 지금의 기부제도는 중앙에서 설계했지만, 기금 운영이라든가 조례를 통한 답례품 선정 등은 모두 지역에서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실제적인 지방자치를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듯하다.
마강래 : 예를 들어, 지금은 답례품이 특산품으로 돼 있지만, 나중에는 지역 숙박이라든가 여행 패키지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자체간 경쟁이 붙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자체는 뭔가 특화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연히 지역 자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에너지와 정성을 쏟아부을 것이다.
프레시안 : 받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마강래 : 일본에서 성공한 지역들은 자기네가 어떻게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기부자들에게 모두 개별적으로 공지한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에 매우 절실한 것이 있었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기부자님의 정성 어린 돈으로 우리 지역에 이런 걸 할 수 있었다'는 식이다. 이렇게 기부자들에게 자기가 낸 돈을 어떻게 썼는지 알린다.
프레시안 : 기부자들은 매우 뿌듯하겠다.
마강래 : 이는 다시 기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중요한 점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자체가 직접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주는 효과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방재정이 늘어나고, 거기에 운영능력도 신장하게 되면, 인구가 줄어 소멸론까지 언급되는 지방의 재도약이 가능할 듯하다.
마강래 : 이 제도는 장기적으로 '이중 주소제'를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중 주소제'는 무엇인가.
마강래 : 이 제도는 말 그대로 한 개인에게 두 개의 주소를 갖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주민등록 주소만 가능한데, 제2의 주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내 고향은 강원 춘천이다. 내 경우 춘천을 제2의 주소지로 택할 수 있다. 이 경우 내가 내는 주민세는 일정 비율에 따라 '주 주소지'와 '부 주소지'에 배분된다. 비율은 정부가 정하기 나름이다. 배분비율이 90:10이라면, 1만 원의 주민세가 9000원은 주 주소지에, 1000원은 부 주소지로 가는 식이다.
프레시안 : 한마디로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백퍼센트 가져가던 주민세의 일부를 부 주소지로 떼어서 보내는 식인 듯하다.
마강래 : 이것은 기부금이 아니라 조세제도의 일부를 고쳐서 지방재정을 확충하려는 시도이다. 지금 진행하려고 하는 '고향사랑기부제'와는 성격과 방식이 다르다.
프레시안 : 고향사랑기부제가 생각보다 효과가 클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지역이 어렵다 보니 과열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을 듯하다. 어떤 지자체는 출혈 경쟁도 불사할 듯하다. 막을 방법은 없나.
마강래 :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이 겪었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그런데도 '낭비적 경쟁'이 발생한다면 제도를 굴려보면서 점차 보완해 나가면 된다. 가장 중요하게는 이 기부금 제도의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부금 제도는 지자체가 단순히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웃과 정을 나누면서 따뜻한 마을 공동체가 유지되듯, 특정 지역민이 또 다른 지역민과 마음을 나누면 더 큰 단위의 지역 공동체가 형성된다. 이것이 기부금 제도의 본질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내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해야 한다. 기부금은 이를 위한 수단이다. 이걸 잊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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