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이재명 대표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왜곡' 논란이 일자 착오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김 대변인은 9일 오후 낸 입장문에서, 전날 진행된 해당 면담에 대한 자신의 브리핑과 관련 "비공개 면담 후 브리핑 과정에서 EU대사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게 인용을 했다"며 "이 대화 중에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이 대표와 페르난데스 대사의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EU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화 채널이 없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EU대사가 '2005년부터 쭉 한국에서 일하고 지켜봐 왔는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돼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후 페르난데스 대사는 외교부를 통해 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페르난데스 대사는 이날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내 언급이 야당의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돼 유감"이라며 "잘 알다시피 그런 뜻이 아니며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페르난데스 대사가 직접 외교부에 항의한 지 하루 만에 김 대변인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김 대변인이 입장문을 배포한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입장문은 민주당 홈페이지에만 게재됐을 뿐, 민주당 출입 기자들에게는 따로 안내되지 않았다. 당에서 브리핑, 논평, 입장문 등이 나올 경우 홈페이지에 게재됨과 동시에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번 입장문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문자메시지 발송 절차가 빠진 것이다.
민주당 공보실에 따르면, 문자메시지 생략은 김의겸 의원실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왜곡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김 의원 측이 당에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런 게 바로 외교 참사"라면서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EU대사와 이재명 대표와의 비공개 회담 발언을 멋대로 꾸며내 공식 항의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된 것"이라면서 "EU대사의 권위를 빌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셈"이라고 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식 음모론의 세계화를 꿈꾸는 게 아니고서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망발"이라면서 "부디 공당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분간할 줄 아는 민주당이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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