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싸움에 주민들이 왜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하는겁니까."
경기 용인시의 한 민간개발사업이 서로 사업 시행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인해 수 년째 답보상태에 놓이면서 주민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
9일 시와 주민 등에 따르면 시는 2006년 6월 기흥구 언남동 338-1 일대 총 69필지(1만2704㎡ 규모)에 대한 '언남지구 지구단위계획'을 최초 고시하고 2012년 12월 11일 이를 결정 고시했다.
이어 2012년 12월 21일부터 2017년 1월 19일까지 총 15차례의 변경 결정고시를 진행했다. 변경 내용으로는 획지합병 및 기반시설계획, 건축선 등 변경과 이외에도 경미한 변경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해당 지역에는 건축면적 7534.5498㎡, 연면적 13만8419.7264㎡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이 예정됐고, 토지주를 비롯해 주민들은 사업권자인 S업체 및 시행사인 A업체 등과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 차례에 걸쳐 사업권자가 변경되고, 이 과정에서 업체간 법적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의 한 빌라를 분양받아 30여 년째 거주 중인 B씨는 최근 건설사 H업체로부터 자신이 소유 중인 토지에 대한 매도를 강요받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에게 토지매입을 통보해 온 H업체는 그가 5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신축사업’의 사업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건설사가 아니었던데다, H업체의 토지 매입 통보문에 '주택법 22조에 따라 매도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사업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A업체에 빌라를 매도하기로 한 계약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제3의 건설사의 토지 매입 통보가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사업 시행사의 변경 등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들은 적 없다"며 "특히 H업체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토지 매입 의사를 전해왔지만, 이미 타 업체와의 계약이 체결돼 있는 상태에서 향후 사업 진행 과정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40여 년 넘게 자영업을 해온 C씨도 "최근 H업체에서 ‘토지매입 의향서’를 전달받았는데, 향후 토지주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는데다 어느 업체가 사업권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혀주지 않은 채 서로 다투고 있어 섣불리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토지주들은 사업 취소로 인한 개발 지연 등의 사태를 우려하며 사업 허가권자인 시에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시는 민간사업인 만큼 시가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업권 양도양수 계약과 관련해서는 사업계획 변경 승인이 들어온 게 없어 파악할 수 없다"며 "애초에 시에서 관여할 내용이 아닌,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근 H업체가 토지주들에게 발송했다는 토지매입 통보문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의 민원이 접수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사업 추진 여부도 사업 주체의 변경 등 절차 진행에 대한 내용이 시에 접수돼야만 진행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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