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당시 현장을 지휘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팀장급 관계자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경찰 수뇌부를 향해 가는 모양새이지만, 이미 입건한 이들의 혐의는 낮추고 있고 책임부처인 행정안전부 수사는 아직 법리 검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수본은 8일 진행한 압수수색 영장에 최성범 용산서장이 현장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구급 처치 등에 필요한 활동을 적절히 지시하지 못했고,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할 권한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특수본은 당시 현장에 있던 용산소방서 소속 지휘팀장에게도 최 서장과 같은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소방 대응은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상향 여부 등을 결정하는데 그런 전후 맥락을 따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최 서장은 참사 현장에서 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관리, 상황파악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 소방관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참사에 떳떳한 소방관은 없지만, 일선 지휘관 책임을 묻는 것은 소방관 7만 명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과 같다"며 "꼬리자르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서울시장도, 용산구청장도, 용산경찰서장도 없던 참사 현장에서 구조·구급 업무 외에 인파와 교통관리 업무까지 하며 참사 예방과 수습을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이런 일련의 일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번 특수본 수사가 행정안전부와 경찰 지휘부는 빠진 채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수본은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류미진 총경(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의 혐의에서 과실치사상 혐의를 뺐다. 특수본은 이를 두고 '착오'라고 해명했다.
더구나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두 사람은 참고인 신분이며 피의자로 입건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형량이 무거운 업무상 과실치사상 같은 혐의는 참사 당일 현장 소방 관계자와 경찰들을 중심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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