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양당 대표 예방차 국회를 찾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사안과 관련 "한국 기업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한미 양국 동맹에 걸맞는 방식으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1일 오전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각각 예방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골드버그 대사에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한국산(産) 전기차가 미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데 대한 한국 자동차업계의 우려를 전하며 우려 불식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양국 동맹의 폭과 깊이를 더욱 확장하고 고도화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4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께서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는데, 이건 (한미동맹이) 군사동맹을 넘어서 포괄동맹으로 발전해나가는 걸 의미한다. 올해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이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전제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런 합의가 충실한 내용을 갖기 위해서는 양국이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 있어서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미국 IRA법에 대해 기업, 산업계가 갖고 있는 우려를 해소하는데 양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점 때문에 제가 미국 의회 지도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한 일이 있다"며 "한미동맹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발전을 위해 우리 한국 측의 우려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그 점에서 대사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시길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에 "IRA법과 관련해 한국 기업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인지하고 있다"며 "동맹국인 한국과 협력을 통해 양국 동맹에 걸맞는 방식으로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지난달 1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당시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했던 일(☞관련 기사 : 주한 미 대사 "전술핵 배치 무책임하고 위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사도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추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이야기라는 데 동의한다"며 "한미동맹의 강력한 확장억제력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한반도 내에는 어떤 형태의 핵무기도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골드버그 대사의 전술핵 관련 발언이 보도된 뒤 "맥락과 다르게 보도됐다"며 "이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미국은 모든 대북 문제에 있어 한국과 협력하는 데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했었다.
골드버그 대사는 앞서 정진석 위원장과의 회동 자리에서 "양국 국민은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안보도 (그 협력의) 한 분야고, 한국과 한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확장 억제도 (거기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이날 골드버그 대사가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 전부이다.
정 위원장은 접견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서 '전술핵 배치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이날 관련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나는 전술핵 재배치를 이야기한 적 없다. 확장억제 강화라는 표현을 썼다"고 자신의 입장만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골드버그 대사와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상호 관심사를 폭넓게 나눴다"고만 밝혔다.
정 위원장은 회동 모두발언에서 안보 문제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최근 들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이 전술핵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이야기하면서 북한 핵 문제는 이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게 됐다"면서 "저는 우리 국민들이 한미 군사동맹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두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미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된 가운데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은 이 비극적 시기에 한국과 함께 한다.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께서 이번 이태원 사고 직후에 위로 성명을 내주셨다. 우리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며 "이번 사고로 미국 청년 2명이 희생됐다. 크게 상심해 있을 미국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도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국민이 보내준 애도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미국 국민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고 알고 있는데 희생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부상자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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