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엥겔스의 유일한 정본 전집 MEGA(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한글판이 2021년 5월 국내 최초로 2권 출판됐다. MEGA 제2부 제3권 제1분책인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861~63년 초고 제1분책.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2>(김호균 역, 도서출판 길)과 MEGA 제2부 제3권 제2분책인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861-63년 초고 제2분책. 잉여가치론1>(강신준 역, 도서출판 길)가 바로 그것이다. MEGA 한글판을 책임지고 있는 동아대학교 맑스엥겔스연구소는 2018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2023년까지 일차로 17권을 출판할 계획이고, 앞으로 약 80권에 걸쳐 MEGA 한글판을 완성할 계획이다. 2021년 출판된 MEGA 한글판의 론칭 기념으로 준비했던 “마르크스 엥겔스 도서전”은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순연되다가 마침내 2022년 10월 21~23일 파주 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도서전에서는 2013년 유네스코가 “인류의 기록유산”으로 선정한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과 <자본> 제1권의 다양한 세계적 판본(세계적으로 각기 100개 언어, 70여개의 언어로 번역)과 1845~1945년 동안의 역사적 판본들이 전시되었다. 도서전에서는 이들 희귀본을 제공해준 독일의 롤프 해커(Rolf Hecker) 교수를 모시고 마르크스 엥겔스 저서의 출판에 얽힌 얘기를 듣는 토크쇼가 진행되었다.
MEGA 편집자이자 MEGA 번역자들의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의 중심인 롤프 해커 교수
롤프 해커 교수는 라이프치히 출신으로 모스크바의 로모노소프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동독 중앙위원회 마르크스주의레닌주의 연구소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부서”의 부부장 및 분과장을 역임했으며, 1991년 베를린에서 “MEGA 진흥협회”(Berliner Verein zur Förderung der MEGA-Edition)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롤프 해커 교수는 “MEGA 진흥협회”의 회장으로 MEGA 연구 및 편집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롤프 해커 교수는 이 협회를 기반으로 전세계 MEGA 관련 학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 논집. 신판”(Beiträge zur Marx-Engels-Forschung. Neue Folge)의 편집자를 맡고 있다. 롤프 해커 교수는 MEW(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집) 일곱 권을, MEGA는 총 여섯 권을 편집했으며, 특히 MEGA에 수록된 <자본> 제1권을 직접 편집했다.
2022년 10월 22일 토요일 롤프 해커 교수의 토크쇼 주제는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 출판의 역사”였다. 토크쇼는 롤프 해커 교수의 발표(영어), 이회진 박사의 통역(독일어), 그리고 청중들의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했다. 이하는 롤프 해커 교수와 나눈 대화를 문답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다루지 못했던 내용은 토크쇼 전후의 대화, 10월 23일 MEGA 한글판 연구진과의 워크숍에서 나눈 내용, 그리고 서면 질의 응답으로 재구성했다.필자주
필자: 저와 롤프 해커 교수는 오늘 두 번째 만나는 것입니다. 저는 “MEGA 진흥협회”의 2019년 11월 콜로키움이 열린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의 베를린 협회 헬레 판케(Helle Panke) 강연홀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교수님은 MEGA 진흥협회 회장 자격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를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은 곳은 어디였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을 했던 곳은 어디입니까?
롤프 해커: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제가 대학 시절을 보냈던 러시아였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8년 동안 살았습니다. 당시 대학교에서 만난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데 가장 중요한 경험을 했던 곳입니다. 특히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함께 대학 시절을 보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필자: 교수님의 이번 한국 방문은 세 번째라고 알고 있습니다. 언제 처음 한국을 방문하셨고, 방문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롤프 해커 교수: 2001년 고려대학교의 고(故) 정문길 교수가 초청해서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당시 우리는 한국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을 번역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의 번역 조건은 그렇게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1987년 이후에야 한국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이 조금 자유롭게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1년에 방문했을 때 어떤 한국 학자는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 번역 작업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두렵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도서전 개최 및 MEGA 한글판이 출판된 것으로 볼 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이 상대적으로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는 데는 정말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2010년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MEGA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MEGA와 관련해서 국제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했고, 당시 MEGA 국제학술대회에는 독일과 일본 학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무엇보다 MEGA의 국제화 기획뿐만 아니라, MEGA 번역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MEGA 편집 및 MEGA 번역과 관련된 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을 교류하는 장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동독 시절의 마르크스 이미지와 현재의 이미지
필자: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 수용 및 번역이 여전히 선입견이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입견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은 동독 시절에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학창 시절에 마르크스와 그의 시대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마르크스와 관련된 그림과 이야기가 교과서에 수록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독 시절 마르크스는 학생들에게 어떤 이미지였습니까?
롤프 해커: 어려운 질문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마르크스는 위대한 이론가의 모습이 아니라, 노동자의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마르크스가 세 명의 딸들을 어떻게 돌봤는지, 세 명의 딸들에게 어떻게 교육시켰는지 등과 같은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이미지에 대해 약간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마르크스가 서유럽에서 변형된 그런 이미지 혹은 다른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진 이미지가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동독에서 마르크스는 중국의 마오쩌둥, 북한의 김일성, 소련의 스탈린과 같이 민족의 아버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아버지라는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동독에서 중요했던 것, 동독에서 마르크스에 대해서 배웠던 것은 국제 노동운동과 관련된 것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필자: 이미지에 관련해서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최근, 특히 2018년에 마르크스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독일 매체는 다시 한번 마르크스라는 주제를 다뤘습니다. 예를 들면 많은 라디오는 마르크스에 대해 여러 번 다뤘고, 특히 오늘날 마르크스가 여전히 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른 한편 마르크스와 관련해서 다큐멘터리 “디 도이첸”(Die Deutschen, ZDF 제작)과 “청년 마르크스”(Der junge Marx, 라울 펙 감독)라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시거나 마르크스에 관련된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까?
롤프 해커: 저는 “청년 마르크스”라는 영화를 처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봤습니다. 이 영화는 아주 잘 만들어졌고, 국제 행사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사실관계가 일부 다른 것이 있는데, 이것은 영화의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미할 수밖에 없어서일 것입니다.
필자: 독일 매체들은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을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현재 마르크스는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습니까? 이런 “매체화” 작업이 올바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롤프 해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발했을 때의 예를 들겠습니다. 마르크스는 독일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재조명이 되었습니다. 이때 매체에서는 마르크스가 이미 금융 위기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을 여러 번 밝혔습니다. 그때 이후부터 마르크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 위기 전에 독일의 유명한 방송사에서 위대한 독일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100명의 위대한 독일인 가운데 마르크스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물이 됐습니다. 이것은 아주 인상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 이후 독일에서 사람들은 마르크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매체에서는 특히 자본주의와 관련된 문제를 진단할 때 마르크스가 이미 해당 문제를 다뤘다는 점을 빈번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저서는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가?
필자: 오늘날 마르크스의 저서는 어떤 위상을 갖고 있습니까? 한국의 예를 들면, 한국 전쟁 이후 1987년까지 마르크스의 책은 금서였고, 당시에는 비밀리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한편 동독에서는 마르크스 엥겔스 저서는 교과서였고 모든 학교에 배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80년대 독일에서 공부한 한국 유학생들은 마르크스 엥겔스 저서를, 특히 MEW를 매우 저렴하게 길거리에서도 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 독일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저서는 어떤 사회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까?
롤프 해커: 동독 시절 마르크스 엥겔스 저서는 초중고등학교가 아니라, 대학교 혹은 학문 기관에서 거의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대학생들은 마르크스 엥겔스 저서를 관심사에 따라서 읽기도 했습니다. 특히 MEW는 동독 시절 아주 중요한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집이었고, 특히 당원들에게는 더욱더 그러했습니다. 한 예를 들면, 제 아버지도 당원이었는데, 당원들은 의무적으로 마르크스 엥겔스 선집 2권을 구매해야만 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서 저는 15~16세쯤에 처음으로“임노동과 자본”이라는 짧은 마르크스의 글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필자: 교수님이 소장한 수많은 책은 교수님의 가계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까? 이에 대해 교수님의 사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혹시 사모님이 예니 마르크스(마르크스 부인)처럼 그렇게 이해심이 넓습니까?
롤프 해커: 강신준 교수님이 이번 전시회를 모두 기획했습니다. 그분의 기획 의도에 맞게 제가 <공산당 선언>, <자본>, 그리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초판본 등의 150권을 3년 전에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원래 도서전은 2020년에 개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로 인해서 열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3년 전부터 150권의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비어있었지만, 그동안 제가 그 공간을 다른 책으로 메우는 바람에 이제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150권을 놔둘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어떻게 부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필자: 교수님은 동독 시절과 독일 통일을 경험하셨습니다. 그래서 동독 시절과 독일 통일 이후 현재까지의 차이, 특히 학문 및 사회정치적 영역에서 마르크스주의 혹은 MEGA 작업과 관련된 차이가 있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독일에서 마르크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앞에서 언급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가 차지하는 위상과 연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롤프 해커: 아주 복잡한 문제입니다. 동독의 경우에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는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 입장에서 예를 들면 경제학, 철학, 과학적 공산주의 등을 연구할 때의 기초 저작이었습니다. 물론 서독의 경우에는 다원적인 입장에서, 특히 비정치적이고 비이데올로기적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를 연구했습니다. 특히 서독에서의 마르크스(주의) 연구는 마르크스를 기반으로 68혁명을 경험한 서독 출신 교수들이 주도한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는 오늘날 이런 교수들이 정년 퇴임을 해서 마르크스(주의) 연구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MEW의 위상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MEW 전부는 아니더라도, MEW의 단행본 한 권 정도 아니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개별 저서는 여느 동독 집에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1990년 이후에 MEW 혹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는 책장의 자리에 더는 설 수 없었습니다. 물론 오늘날 여전히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를 강독하는 모임이 있기는 합니다. 한 예를 들면 “마르크스-가을-학교”(Marx-Herbst-Schule)에서처럼 젊은 학생들이 마르크스의 저서, 특히 <자본>을 함께 읽기도 하고, 강연회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끝으로 오늘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에서 가장 중요한 판본인 MEW와 MEGA는 어느 대학도서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 엥겔스 저서 수집 동기
필자: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요? 이번에는 롤프 해커 교수님이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신 마르크스 엥겔스 저서를 수집하게 된 동기 및 이른바 개인 장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서전시회에 선보인 <공산당 선언>, <자본> 제1권, 그리고 기타 마르크스 엥겔스 판본들을 수집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롤프 해커: 학창 시절의 경험이 아주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어떤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그 책이 비록 비싸더라도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분야에 관한 관심이 더 커지고 그 분야의 책을 더 구매하려고 합니다. 제 경우에는 위에서 잠깐 설명한 것처럼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임노동과 자본”을 15~16세에 읽었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이 책을, 특히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책을 수집하게 된 배경인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 나라를 여행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공산당 선언>을 그 나라 언어로 번역된 책을 구매합니다. <공산당 선언>은 길지도 않고, 비교적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토크쇼를 하기 전에 이곳 서점에서도 마르크스에 대한 짧은 전기를 샀습니다.
필자: 교수님은 정말 열정적으로 책을 수집하시는 것 같습니다. 책은 얼마나 수집해서 갖고 있습니까? 주로 소장 중인 책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들입니까?
롤프 해커: 물론 저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주로 소장하고 있는 책은 대부분 인문학 관련 책들입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전기들과 전공 서적들은 당연히 서재에 있으며, 다른 저자들의 책, 특히 역사와 철학(독일어,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경제학, 이론사와 관련된 책이 많이 있습니다.
필자: 오늘 우리는 작기는 하지만 일종의 책-박람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과 관련된 질문을 조금 더 하겠습니다. MEGA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주로 어떤 책을 보십니까? 혹시 좋아하는 책은 있습니까? 죽을 때까지 꼭 한 번이라도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습니까?
롤프 해커: 제가 주로 읽은 책은 역사 분야의 책 및 논쟁적인 책입니다. 물론 동독과 관련된 책이라든지 전기 혹은 자서전과 같은 책도 즐겨 읽습니다. 그리고 마르크스 연구자로서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책은 <공산당 선언>입니다. 이 책은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인으로서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국제적인 입장에서는 한 번쯤은 도전해봤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추천합니다.
MEGA 편집 작업과 편집사
필자: 이제 MEGA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현재까지 MEGA 편집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습니까? 몇 권이 현재 작업이 완료되었고, 몇 권이 더 남아 있습니까? 그렇게 작업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롤프 해커: MEGA는 총 114권이고, 현재까지 70권 출판됐습니다. 그리고 MEGA는 총4부로 이뤄졌는데, 제1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요 저작, 제2부는 <자본> 및 <자본>의 선행 작업 초고들, 제3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주고받은 서신 및 이들이 다른 이들과 주고받은 서신, 제4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발췌록, 메모, 난외 방주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제1부는 2030년까지 완결하기로 계획하고 있고, 제2부는 이미 완결해서 출판했습니다. 그리고 5년 전부터 MEGA 제2부, 제3부, 제4부의 일부는 디지털로 공개해서 누구든지 이들의 텍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디지털화된 저서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필자: 다음 질문은 MEGA 단행본의 편집 작업 과정에 대한 것입니다. MEGA 단행본 1권이 처음부터 끝까지, 예를 들면 마르크스 엥겔스 자필 원고부터 출판된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롤프 해커: MEGA 작업은 내용뿐만 아니라, 예를 들면 신문 기사 같은 경우에는 누가 저자인지를 아주 명료하게 특정합니다. 그리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초고를 판독하고, 텍스트를 누가 언제 어떻게 작성했는지, 그리고 이들의 초고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누가 변형했는지를 모두 검사한 후에 정확하게 텍스트를 재현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론 불완전한 문장 혹은 문단들을 가능한 한 완전하게 복원할 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참조한 당대 문헌들에 대한 자료 조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MEGA는 MEW와 다르게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작성한 원문 언어, 예를 들면 영어와 프랑스어, 더 나아가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희랍어, 라틴어 등의 원문 언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수록합니다. 끝으로 MEGA는 역사적-비판적 판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검사에 대한 설명과 MEGA 편집자들의 역사적 해설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전부 거쳐서 출판된 책이 MEGA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필자: MEGA 단행본 1권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됩니까? MEGA 단행본 1권 작업을 하는 데 몇 명이 참여합니까?
롤프 해커: 위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MEGA는 1990년까지는 주로 베를린, 모스크바, 그리고 동독 내의 대학들이 주도적으로 작업을 했는데, 대개 1년에 4~5권의 MEGA 단행본이 출판됐습니다. 그리고 이때 MEGA 편집자들은 약 200명이 함께 작업했습니다. 그러나 1992년 이후에는 베를린, 모스크바와 더불어 일부 독립 편집자들이 작업하고 있는데, 현재 MEGA 편집자들의 수가 약 15명으로 대폭 줄어들어, 1년에 1권씩 출판하고 있습니다.
필자: MEGA의 <자본> 제1권 및 <자본>과 관련된 책을 편집했는데, 그 책들을 편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롤프 해커: MEGA 편집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텍스트였습니다. 텍스트가 정확한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작성한 텍스트, 즉 자필 원고 초고를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을 가장 중점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인쇄 오류와 저자들의 실수를 밝혀내고, 그들이 인용한 구절들이 정확한지를 밝혀내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자본>을 편집할 때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판본, 독일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러시아어, 영어 등의 판본을 취합해서 서로 비교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MEGA 편집 원칙을 잠깐 말씀드리면, 1913년 3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른바 “빈 편집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를 모아서 “마르크스 엥겔스 공동 전집”을 출판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레닌의 지원을 받아 1921년 설립된 모스크바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소의 초대 소장인 다비드 리야자노프가 마침내 MEGA(구MEGA)를 구상하고 기획합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MEGA(신MEGA) 편집 작업의 원칙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완전성, 원본 충실성, 텍스트 전개, 자세한 주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편집 원칙에 따라서 재현한 MEGA가 바로 마르크스와 엥겔스 저서의 학술 정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 MEGA 단행본 한 권은 얼마나 찍습니까? MEGA 단행본은 얼마나 팔렸습니까? 혹시 오늘날 MEGA 전집을 구매하는 이들 혹은 그룹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MEGA 단행본 중에서 특히 잘 팔리는 단행본이 있습니까?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롤프 해커: 1990년 이전까지 MEGA 단행본은 1천 부를 찍었고, 일부는 일본에서 인쇄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 이후부터는 3~400부를 찍는데, 대개는 규모가 있는 도서관에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MEGA 단행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MEGA 제2부의 <자본>입니다. 일부 MEGA 단행본은 현재도 재판이 되고 있습니다.
필자: 교수님이 주도하고 있는 “MEGA 진흥협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MEGA 편집 작업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롤프 해커: “MEGA 진흥협회”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공동의 이익, 특히 MEGA 편집을 지원 및 후원합니다. “MEGA 진흥협회”는 회원들의 회비 및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콜로키움과 학술대회를 개최합니다. 무엇보다도 “MEGA 진흥협회”는 현재 MEGA를 구상하고 출판을 추진했던 다비드 리야자노프를 기념하는 “다비드 리야자노프 연구상”을 제정해, 매년 젊고 유능한 대학원생 및 연구자에게 “다비드 리야자노프 연구상”을 수상하고 있습니다. 수상자 가운데는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마르셀로 무스토(Marcello Musto)와 사이토 코헤이(斎藤幸平)가 있습니다. 그리고 “MEGA 진흥협회”는 현재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MEGA 편집을 주도하고 있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학술 아카데미의 “MEGA 편집부”의 편집 회의에 참석하며, 저는 개인적으로 MEW 편집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MEGA 연구 성과를 모아서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 논집. 신판”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필자: 오늘 전시 주제 중의 하나인 <공산당 선언>이 MEGA 제1부 제6권에 수록될 예정으로 알고 있는데, 그 책은 언제 출판됩니까?
롤프 해커: <공산당 선언>은 출판이 언제 될지 아직 잘 알 수 없지만,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 마르크스와 엥겔스 최초의 공동 저작인 <신성 가족> 등이 수록된 MEGA 제1부 제4권은 11월에 출판될 예정입니다.
필자: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가지 유익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롤프 해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MEGA는 현재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은 베를린 브란데부르크 학술 아카데미 내의 “MEGA 편집부”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2030년까지는 MEGA 114권을 모두 출판할 것입니다. MEGA 디지털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MEGA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동 전집이라는 점을 최초로 천명해 기획했던 리야자노프의 전통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이에 맞는 연구 성과를 발굴해 나갈 것입니다. 물론 MEGA는 일국 차원의 작업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공동 협력 아래 진행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서처럼 MEGA를 번역할 때 나타나는 여러 학술적인 문제점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번역자들의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MEGA 편집 작업을 원활하게 마무리하면서 MEGA 번역을 지원하는 데도 힘쓸 것입니다.
인터뷰어 및 필자 소개: 이회진은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MEGA 한글판의 번역자이면서 편집자이다. 현재는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지원을 받아 “역사적 유물론의 뿌리로서 마르크스 역사철학-MEGA² Ⅰ-5를 중심으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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