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교육단체들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의 도입을 예고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비판하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시민단체 민주주의학교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임 교육감은 자신의 선거공약이었던 IB교육의 도입을 위해 담당직제 신설에 이어 스위스의 IB재단과 IB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의향서를 교환하고, 올해 하반기까지 시범학교 200곳을 선정했다"며 "특히 2026년까지 300곳까지 시범학교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라고 밝혔다.
민주주의학교는 "문제는 필수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부담"이라며 "IB학교라는 이름을 쓰는 데에만 학교당 매년 1만3865싱가폴달러(한화 1000여만 원 상당)를 IB본부측에 지불해야 하며, 인증학교의 전단계인 ‘초·중등후보학교’ 지정 때에도 등록비 명목으로 학교당 매년 6100싱가폴 달러(한화 600여만 원)가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IB본부가 주관하는 내신성적 평가 등 현장교육 점검과 학생 교사대상 카운셀링 및 교사연수 등에 지출해야 할 비용을 합치면 IB교육의 도입을 위해 감수해야 할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며 "IB재단의 IB교육 보급사업을 통한 수익금은 설립목적에 따라 스위스 국제학교 학습여건 개선 등에 전액 쓰이고 있어 결국 경기도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경기도 교육예산이 스위스 국제학교 학생들을 위해 쓰이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학교는 "IB교육 프로그램은 스위스 국제학교 학생들의 미국과 유럽의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개발된 해외유학을 위한 대입자격시험제도로, 해외유학을 준비하는 소수 특권층 자녀들에겐 맞춤지원으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국내 대학을 목적으로 하는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교육부가 향후 대입에서 정시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수능과목과 관련이 없는 IB교육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진학에 과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IB교육을 시범도입한 제주교육청이 ‘국내 입시제도와 맞지 않아 더 이상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축소내지 폐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과 대구지역에서 영어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는 점 등을 강조했다.
송주명 민주주의학교 상임대표(한신대학교 교수)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안 없이 무작정 도입하고 보려는 행태는 공교육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교육청이 앞장서서 사교육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꼴"이라며 "특히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 등 교육현장의 의견 수렴과 반영 과정조차 생략하고 있어, 혁신교육을 부정하고 이를 지우려는 임 교육감의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대표는 "우리 학교 현실과 동떨어진 외국의 상업화된 교육브랜드를 도입하려고 하기보다 현장에서 이미 실천된 교육성과에 기초해 미려학력을 일구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도 이날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경기전교조는 "임 교육감은 ‘미래교육’으로 나아가겠다며 학생 성장중심의 교육과정과 평가와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중심으로 한 혁신학교를 지우고, 외국의 민간기업에 학교당 수천만 원의 사용권 비용을 주고 운영해야 하는 IB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가 정치적 의도로 시작했다가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IB교육과정을 극찬하는 경기도교육청을 보며 경기도 교사들은 허탈함을 느낀다"며 "임 교육감은 교사들이 노력해 만들어 온 교실 교육과정과 과정 중심 성장평가를 짓밟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교육과정 정책에 대한 교육감의 몰이해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IB 사태는 공교육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갈 것"이라며 IB교육 도입 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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