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중국 공산당 당대회 뒤 미국에 상장된 주요 중국 기업 주가가 폭락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과 더불어 권력 수뇌부가 충성파들로만 구성되며 견제 없는 권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중국 대표 정보통신(IT) 기업인 알리바바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5% 하락한 63.1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주가는 24.6% 폭락한 44.46달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의 주가는 13% 하락한 36.6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정보업체 팩트셋과 다우존스마켓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만에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14억5000만달러(약 30조8100억원), 핀둬둬 시총은 181억9000만달러(약 26조1300억원), 징둥닷컴 시총은 85억5000만달러(약 12조2800억원)나 감소했다. 이날은 지난주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이어 시 주석이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 짓고 최고 지도부를 최측근들로 구성한 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 뒤 첫 거래일이다.
이들 기업 외에도 미국에 상장된 65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나스닥 골드만 드래곤차이나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골든 드래곤 차이나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4.5%나 폭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3%, 스탠다드앤푸어스(S&P) 지수가 1.2%, 나스닥 지수는 0.9% 상승해 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 주가 급락이 더욱 눈에 띈다. 같은 날 홍콩 항셍지수는 6%, 상하이종합지수도 2%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해 중국 이탈을 서두르고 있다고 짚었다.
견제 없는 권력 집중이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 및 시장에 불안을 느끼는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쑨 킹스칼리지런던 부교수는 미국 CNBC 방송에 "경쟁자들이 모두 퇴출"돼 시 주석이 "정책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이를 견제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정치 엘리트들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BS 글로벌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해펠은 "중국 정치가 오랫동안 불투명하긴 했지만 이런 뚜렷한 권력 집중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중국은 지난 18일 발표를 돌연 연기했던 각종 경제지표들을 공개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9%로 전 분기(0.4%)보다 상승했고 시장 예상치(3.4%)보다도 높았다. 다만 중국 정부의 성장 목표치인 5.5%에는 미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보다 높았음에도 발표를 미룬 것은 "지표가 나빠서가 아니라 정부가 단지 당대회에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어떤 뉴스도 피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매체는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과 별개로 발표 연기는 중국 경제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국제적 믿음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대회 뒤 중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폐기될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고 본다. 이번 당대회 뒤 전 세계적 공급망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상하이 봉쇄를 주도한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가 중국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생산 뿐 아니라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안 에반스 프리차드는 2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2024년 이전까지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의미 있는 완화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정책이 코로나19에 대한 서구의 접근 방식보다 공산당의 조치가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열망에 의해 일부 추동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견제 없는 독주 체제 자체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최고지도부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배제됐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번 당대회 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중국 경제 정책을 이끌어 왔던 리커창 총리와 친시장적 성향으로 분류됐던 왕양 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최고 지도부에서 제외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 분석가들이 이번 지도부 인선이 경제 개혁보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에 더 관심이 있는 충성파들에게 권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만 제로 코로나 정책이 예상보다 빠르게 해제된다면 소비 지출이 늘며 경제 반등의 계기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일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더 안정적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공중 보건 문제와 경제 회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실용적 정책을 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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