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가족부 폐지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주한 뉴질랜드 대사의 간담회 발언 내용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오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주장하며 "김 장관은 (윤 정부의) 부처 폐지 논리를 두둔하기 위해 외교적 결례까지 무릅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28일 김 장관은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주한 5개국 대사와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여가부 측은 "간담회에서는 양성평등, 가족, 청소년 분야의 정책교류 및 협력강화방안을 논의하고, 각국의 정책 사례 등을 공유"했다고 밝혔고, 김 장관은 지난 7월 24일 <연합뉴스>와의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간담회를 언급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 장관은 해당 간담회에 참석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그것(단일부처 여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리더의 의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히며 '성평등, 젠더 이슈를 다루는 독립부처'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겼다.
그러나 한 의원에 따르면 필립 대사는 김 장관의 해당 발언을 두고 "본인이 한 말(의 뜻)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뉴질랜드 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대사관 담당자는 필립 대사가 김 장관의 말에 대해 '본인이 한 말을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고 대답했다"라며 "뉴질랜드 대사는 오히려 '독립부처로 운영되는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했으며, '정치 지도자 등의 리더십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의원은 "대사관 쪽에서도 이거(필립 대사의 발언을 인용한 김 장관의 인터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대사의 발언 속에서 본인이 듣고 싶은 부분만 추출해서 쓰니까 대사는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는 외교적 결례"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장관은 한 의원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뉴질랜드 대사가) 정부조직 형태에는 답이 없고 지도자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얘기한 것으로 저는 이해했다"고 대답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뉴질랜드 대사관 측은 김 장관의 인터뷰를 확인한 후 여가부 측에 발언 인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뉴질랜드 대사관의 항의 요청 사항을 확인하고 여가부 측에 관련 질문을 남겼지만, 여가부는 "(대사관의 요청을) 받은 사항이 없다"고 얘기했다.
한 의원은 "그러나 대사관 측에 재차 확인한 후 여가부 측에 다시 물어보니, 그제야 '여가부는 요청이 아닌 의견전달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대사의 말을 왜곡한 것도 모자라 항의 요청에 대한 사안까지 왜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뉴질랜드 대사의 발언을 인용한 김 장관의 인터뷰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이후 빈축을 사고 있는 정부의 '외교사고' 논란과도 이어질 여지가 있다. 해외 외교관의 발언을 잘못 해석했다는 비판, 혹은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힘을 싣기 위해 해외 외교관의 발언을 왜곡했다는 비판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김 장관이 지난 6월 28일 주재한 주한 5개국 대사 간담회에 참석했던 루슬란 카츠 주한캐나다대사관 대사대리는 지난 5월 3일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성평등 추진 기구 강화를 위한 국제토론회'에 참여해 캐나다의 '여성과 성평등부' 등을 예로 들며 정부조직 내 성평등추진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김현숙의 역설' … '여가부 폐지'로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겠다?)
반면 김 장관은 지난 7월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 5개국 대사 간담회에서의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젠더·성평등 전담 부처를 별도로 두는 나라가 세계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GGI) 등수가 더 높다는 인과관계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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