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미국 내 판매되는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철폐하는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의 우려를 알고 있지만 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현지 시각) 기자들과 만난 옐런 장관은 한국과 유럽 등이 자국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사안과 관련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법에 그렇게 돼있다. 우리는 법에 정해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해당 법이 "성문화 작업을 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한국 등의 우려에 대해 "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행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예외 적용 여지를 열어뒀다.
하지만 통신은 옐런 장관의 이날 언급이, 미국 외의 지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미 행정부 및 의회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로비 활동에 사실상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석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지역인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하고 △전기차의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흑연 등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수출 또는 가공됐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부분이 일정 부분 이상이어야 하며 △배터리 부품 중 북미에서 생산된 물품이 일정 부분 이상 들어가야 한다.
위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7500달러(한화 약 1000만 원)가 지원되며 하나만 충족할 경우 3750달러(한화 약 500만 원)가 지원된다. 전기차의 최종 조립 장소도 문제지만 배터리 원료의 원산지는 상당 부분 중국이기 때문에 당장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및 2차관,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외교부의 실무진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 등 다양한 층위의 인사들이 미국을 방문, 한국산 자동차의 예외 적용을 위해 미 행정부 및 의회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옐런 장관이 이날 발언을 통해 사실상 예외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내에서 이전처럼 보조금을 지급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역시 현재의 IRA가 한국에도 이익이 된다며 예외 적용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외교부는 25일 도쿄에서 조현동 1차관과 만난 셔먼 부장관이 "인플레이션감축법 관련, 한국 기업이 잠재적으로 많은 혜택을 볼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며 "우리측 우려 사항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관계부처와 성의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미국 측과 계속 협의를 해오고 있다. 11월 4일까지 마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IRA 세액공제 이행에 대한 미 재무부의 의견 수렴이 아직 남아 있다"며 "정부는 우리 관련 업계와 계속 소통하면서 우리 측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현재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앞으로도 정부는 미국의 IRA 이행을 위한 세부 규정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우리 측의 이해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미 행정부와 의회, 각계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옐런 장관의 언급이 기존 미 행정부 입장과 다른 반응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도 미 행정부와 한국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