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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英 첫 비백인 총리로…'재산 1조' 재벌·배신자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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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英 첫 비백인 총리로…'재산 1조' 재벌·배신자 논란도

확정 직후 비공개 연설서 '통합' 강조·조기 총선 배제…"트러스발 경제 혼란으로 차기 정부 운신폭 좁아져" 우려도

재임 45일만에 사임을 밝힌 리즈 트러스(47) 영국 총리의 후임 총리로 리시 수낵(42) 전 재무장관이 확정됐다. 수낵 내정자는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영국 최초의 비백인 총리이자 1812년 이후 최연소 총리가 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생계비 문제에 직면한 영국에서 수낵 내정자는 경제 분야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이 야기한 금융시장 혼란으로 차기 정부의 운신폭이 더욱 좁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은 영국 집권 보수당 경선을 주관하는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의장 그레이엄 브래디가 이날 오후 2시께 영국 런던 의회에서 수낵 전 장관이 새 당대표가 됐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은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가 된다. 지난 20일 트러스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보수당은 새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고 이날 오후 2시까지 하원의원 100명 이상의 지지를 모은 후보를 당대표 후보로 등록, 28일까지 전체 당원 온라인 투표를 통한 경선을 진행해 당대표를 선출할 예정이었다. 다만 100명 이상 지지를 받은 후보가 1명 밖에 없을 경우 별도의 당원 투표 없이 즉시 대표가 확정될 예정이었다. 이날 후보 등록 마감 시각까지 수낵 전 총리만 100명 이상의 지지를 모아 당대표로 확정됐다. 유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페니 모돈트(49) 하원 보수당 원내 대표는 90명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마감 기한 직전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수낵 내정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보리스 존슨(58) 전 총리도 앞서 23일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수낵 내정자는 이날 결과 발표 직후 하원 의원들에게 비공개로 한 짧은 연설에서 보수당 "실존적 위협"에 처해 있다며 당의 "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조기 총선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한 달 여 만에 총리직에 복귀할지 관심이 모였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23일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존슨 전 총리는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수낵 전 장관과 모던트 원내 대표와 "국익"을 위해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무산됐다고 밝히며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길"은 출마하지 않고 "당선된 총리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존슨 전 총리는 "제안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러나 "나는 2024년에 보수당 승리를 가져올 좋은 위치에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2025년 1월로 예정된 다음 총선에서 총리직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존슨 전 총리는 성명에서 경선 진출에 충분한 하원의원 102명의 지지를 모았다고 주장했지만 BBC 방송 등 현지 언론은 50명 안팎의 지지 밖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존슨 전 총리는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될 때만 경선에서 물러난다"며 불출마 선언은 "굴욕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수낵, 감세안 반대·경제 전문성 '강점'…'인도 재벌가' 배우자 세금 회피 논란도  

수낵 내정자는 소셜미디어(SNS)에 "영국은 위대한 나라지만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내가 보수당 대표와 차기 총리로 나서는 이유"라며 당대표 도전 이유로 경제 분야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수낵 내정자는 코로나 봉쇄 기간 모임을 가진 '파티 게이트'에 더해 성추행 전력 인사를 요직에 앉힌 것이 밝혀지며 지난 7월 사임한 존슨 전 총리의 뒤를 이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와 함께 최종 결선을 치렀다. 당시 트러스 총리는 감세를 내세운 반면 수낵 내정자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소득세 최고 세율 인하 등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비판과 함께 재원조달책 미비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안기며 트러스 총리 퇴진의 결정적 계기가 된 감세안에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것, 에너지 가격 상승을 비롯한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문제가 시민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돼 있는 가운데 재무장관 재직 이력 등 경제 분야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수낵 내정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사립 기숙학교를 거쳐 옥스포드대를 나와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MBA)을 밟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및 헤지펀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수낵 내정자는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2020년 2월 존슨 내각에서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수낵 내정자는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영국의 첫 비백인 총리가 될 예정이다. 1812년 42살의 나이로 총리직을 맡은 로버트 젠킨슨 전 총리 이후 최연소 총리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 여름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배우자의 세금 회피 문제는 여전히 남아 수낵 전 장관의 평판을 훼손 중이다. 수낵 내정자의 배우자는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로 해외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인도 국적인 수낵 내정자의 배우자가 장기체류 외국인이 매년 일정 금액을 낼 경우 해외 소득을 영국으로 송금하기 전까진 세금을 물리지 않는 과세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결국 수낵 내정자의 배우자는 영국에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재산이 7억3000만파운드(약 1조1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낵 내정자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하원의원 중 하나로 꼽히며 지난 여름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현지 언론으로부터 "총리가 되기엔 너무 부유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정책이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BBC는 수낵 내정자가 재산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존슨 내각 줄사퇴 1호 장관 '배신자' 이미지 통합 걸림돌…야당, 조기총선 요구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명의 총리를 배출할 예정인 혼란스런 보수당 내 통합 관점에서도 지난 7월 존슨 전 총리 사퇴에 불을 댕긴 내각 줄사퇴의 시발점이 된 수낵 내정자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다. 수낵 내정자는 당시 가장 먼저 사표를 던져 차기 당대표 주자로 부상한 동시에 존슨 전 총리 지지자들에게 미움을 샀다. 수낵 내정자는 이를 의식한 듯 소셜미디어를 통해 존슨 전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리가 직면했던 가장 힘든 도전들 속에서 나라를 이끌었다"며 "우리는 언제나 그에게 감사할 것"이라고 존슨 전 총리를 추켜세웠다.

야당은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BBC를 보면 이안 블랙포드 하원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원내 대표도 "보수당이 초래한 생활비 위기와 경제 위기 와중에 그들이 선거 없이 세 번째 총리를 우리에게 억지로 떠안기려 하는 것은 의회 시스템이 얼마나 불공정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노동당 쪽도 수낵 내정자가 선거는 물론이고 "단 한 번의 인터뷰나 정밀한 검증도 없이" 총리직에 오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일부 조기 총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존슨 전 총리를 지지한 나딘 도리스 전 문화부 장관은 수낵 내정자와 모돈트 원내대표가 존슨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거부한 것을 비판하며 선거를 통해 "위임"받은 적 있는 존슨 전 총리가 물러난 이상 "총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다만 지난 10~11일 실시한 유고브 여론조사를 보면 노동당 지지율은 51%, 보수당 지지율은 23%로 노동당이 보수당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어 보수당이 조기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차기 총리직에 오를 수낵 내정자 앞에 놓인 과제는 막중하다. 내부적으로 영국 9월 물가상승률은 10.1%로 치솟아 생활비 위기에 직면해 있고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 방침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어떻게 끝날지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아일랜드 의정서 수정 문제로 불거진 유럽연합과의 갈등도 진행 중이다. 당면 과제 중 해결된 것은 없는 가운데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으로 시장 혼란이 초래돼 새 정부의 운신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영국 정치적 혼란 뒤에 있는 숨어 있는 것은 위기에 처한 경제"이지만 감세안 탓에 투자자들이 영국 재정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어 이미 공개된 에너지 보조금 지원 외에 당장 더 많은 부양책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2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의회에서 리시 수낵(42·가운데) 영국 총리 내정자가 총리직이 확정된 뒤 보수당 대표 경선을 주관한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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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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