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사건 의혹이 자신의 대선자금 관련 수사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직접 SNS에 글을 올려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이를 "대선자금 진실게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이 '게임'의 상대인 셈이다.
이 대표는 23일 SNS에 쓴 글에서 "(김만배·남욱 등은) 자신들이 다 가졌을 개발이익을 공공개발한다며 4400억 원이나 뺏고, 사업 도중 1100억 원을 더 뺏은 이재명이 얼마나 미웠을까. 김만배는 이재명을 '공산당 같은 XX'라고 욕했다"면서 "2021년 4월이면 사업도 다 끝난 후인데, 그들이 과연 원수같았을 이재명의 대선자금을 줬을까?"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글에 "대선자금 진실게임 3"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대선자금 진실게임 2"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김용 부원장이 제게 준 돈은 2018년 도지사 선거 때 50만 원이 전부"라며 "2021년 대선 경선 때는 7월 9일 100만 원을 후원했다가 8월 22일에 그나마 반환받아 갔다"면서 "그가 직전에 선거자금 수억 원을 받았다면 겨우 100만원 가지고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했다.
'대선자금 진실게임' 1편은 김 부원장이 체포된 지난 20일 밤에 올린 글로, 이 역시 남욱 변호사가 작년 10월 귀국시 JTBC 방송 인터뷰에서 '12년간 트라이(시도)해봐도 이재명은 씨알도 안먹혔다'고 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2021년 7~8월에 이재명의 대선 경선자금을 줬다고 최근 검찰 진술을 했다는데 1년 전 JTBC 인터뷰와 최근 검찰 진술, 어떤 말이 진실일까"라고 묻는 내용이다.
이 대표가 연달아 쓴 이 글들은 최근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용 부원장이 대선자금 관련 20억 원을 요구해 8억4400만 원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재명의 명령"이 존재했음을 시사한 데 대한 반론 성격이다.
지난 22일자 <한국일보>를 보면, 유 전 본부장은 전날 법원 공판을 마친 후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내가 벌을 받을 건 벌을 받겠다. (형량) 깎아주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면서 "(다만) 내가 안 한 거는 덮어쓰면 안 되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이 검찰에서 한 진술의 의도에 대해 "내가 빠져나가려고 그런다고?"라고 반문, 검찰 회유설을 부인했다. 작년 대장동 수사 초기에는 김용·정진상 씨 등 대표 측 인사들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다가 최근 말을 바꾼 이유를 묻자 그는 "(작년에는) 지켜주려고 그랬다"며 "내가 쓸데없는 걸 지키려고 내 가족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만큼 벌을 받는 것을 공정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판 도중 만난 기자들에게 이 대표의 기자회견을 "재미있게 봤다"고 비꼬았던 그는, 이 인터뷰에서는 "벌을 안 받으려고 피하려고 '10원 하나 받은 게 없다'? 초밥이 10원은 넘을 거다. 그걸 몰랐다고? 그것만 몰랐을까?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좀더 직접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에도 남욱 등에게 1억 원을 받아 김 부원장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새 발의 피"라며 "돈을 요구해 가지고 실컷 받아쓸 때는 언제고 '만난 적도 없다'? 내가 유령을 만났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직접 돈을 전달했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며 "이 대표는 아니고 김용(에게 했다). 20억 원 달라고 해서 6~7억 정도 전달했가"고 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그는 '돈을 전달한 시기가 언제냐'는 질문에 "작년이다. 대선 경선할 때"라며 "마지막 (대선) 본선이 열흘 남았는데,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 것 같은데 사건이 터지니까 안달이 난 거다. 그래서 1주일도 안 된 휴대폰을 버리라고 (나에게) XX해서 내가 휴대폰 버렸다가 난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21일 법원에서 만난 취재진들에게는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제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고 이 대표 등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용 부원장에 대해 구속 후 첫 조사를 진행했다. 김 부원장은 혐의 전반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21일 영장실질심사를 한 후 이튿날인 22일 새벽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유동규 "검찰 고위간부와 얘기돼 있다고 입원 종용"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작년에 이뤄진 검찰의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 '봐주기'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SBS는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한 사람은 정진성 정무조정실장이고, 그 다음날 김용 부원장이 전화해 병원에 입원하라고 종용했다. 김 부원장은 '검사장과 얘기가 다 돼있다. 입원하면 체포하지 않기로 했으니 병원으로 가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검찰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해당 검사장으로 지목된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유 전 본부장, 정진상 실장, 김용 부원장과 과거에는 물론 퇴직 후에도 일면식도 없고 연락한 사실도 전혀 없다"며 "병원에 입원하라고 한 사실도, 식사나 술자리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지검장은 "사실이 아닌 발언이나 보도가 왜 나오게 됐는지 그 경위에 대해 알 수 없다"며 "본인은 물론 수사팀과 검찰의 명예와 신뢰가 걸린 문제다. 억측이 확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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