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억류된 억류자 가족들을 만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 장관 스스로 언급했듯 남북관계가 현 상태로 지속되는 한 억류자 석방을 위한 협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억류자 가족과 만난 권 장관은 "억류자 문제가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아서 안타까움이 많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도 여러분들 말씀을 듣고 저도 드리고 싶은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우선 "지금 남북 관계가 언론(보도를) 보셔서 잘 아시겠습니다마는 거의 최악인 상태라 좀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며 "이 문제는 사실 지난 정부들에서도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노력을 했는데 잘 안 됐던 부분이니까 지금 상태에서 쉽게 해결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지금 정부로서는 기존의 방법에 더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세 분 혹은 여섯 분의 석방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전했다.
2022년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남한 국민은 총 6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지난 2013~2014년에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씨 등 3명이 단둥을 비롯한 북중 접경 지역에서 탈북민 쉼터 및 선교 활동을 벌이다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이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무기노동교화형'을 받고 억류 중이다.
또 고현철·김원호·함진우 씨 등 탈북민 출신인 한국 국적자 3명은 중국 등지에서 탈북민 지원 활동을 벌이다 북한 당국에 체포돼 억류 중이다. 이들에 대한 생사 및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들의 억류 이후 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생사 확인 및 억류자 구출을 위한 작업을 벌였으나 실제 석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만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그해 6월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이 억류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이처럼 억류자 문제는 북한과 관계 개선 분위기를 만들어야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능성 있는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에 들어가 김동철·김상덕·김학송 씨 등 미국 국적 한국인 선교사들을 데리고 나온 바 있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는 억류자 문제를 제기해보기는커녕, 서로 포격 훈련을 하면서 상대에게 책임을 묻기 바쁜 적대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현재 남한에서 억류자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도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일례로 일본이 20년 넘게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매듭짓지 못하는 이유도 북일 관계 개선의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독자 제재를 가하는 등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을 쓰면서도, 납치자 문제 해결과 수교 및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전제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북일 평양선언에 근거하여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와 핵·미사일 문제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 청산 및 수교 실시에 대한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억류자 문제를 해결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등 인도적 사안에 성과를 내고 싶다면 이같은 유연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계속하고 포 사격을 통한 대결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엔 무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등 북한에 경직된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는 억류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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