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그룹 회장이 21일 계열사인 SPL 빵 반죽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노동자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던 SPC의 행태가 알려지며 불매 운동이 확산하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대국민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풀이된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가 발생한 SPL 뿐만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허 회장의 사과는 지난 17일 이후 두 번째다. 허 회장의 첫 사과는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이후 17일 오전에 발표돼 비판을 받았다. 또한 사고 다음날 현장에 흰 천을 씌운 채 노동자들을 작업에 투입시키는 등 회사의 사후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허 회장의 이날 사과도 전날 윤 대통령의 언급 이후에 진행돼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윤 대통령은 아침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기계에 천을 둘러놓고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가동해 시민들께서 굉장히 분노한다는 기사를 봤다"며 "법이나 제도나 이윤이나 다 좋지만, 우리가 그래도 같은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허 회장은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이는 잘못된 일이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보듬어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산업안전보건 진단을 실시하고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았다. 김범성 SPC 커뮤니케이션실 과장은 "고용노동부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질문은 받지 않는 점 양해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SPC 그룹의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브랜드를 공유하며 "피묻은 빵을 먹을 순 없다"는 등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글들이 #SPC 불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오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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