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짜리 땅이었다.
광백저수지와 가까워 매우 적합한 장소였다. 그 땅 아래로 120cm가량을 파냈다. 그리고 묻었다.
1993년 경기 양주시가 ‘양주군’이던 시절의 일이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일이 터진 건 2014년~2015년 무렵이었다.
당시 A씨 등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광백저수지 일대 땅을 측량했다. 그리고 땅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다름 아닌 도수관(수원지에서 끌어 올린 물을 보내는 관)이었다. 29년 전 양주군이 매설한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자 종중 후손 6명은 2017년 11월 시를 상대로 ‘개인 땅에 도수관을 묻었으니 철거하라’는 소송을 걸었다.
시는 당혹스러웠다.
이에 시는 당시 땅 소유주에게 받은 도수관 매설 동의서 등 근거 자료를 찾았다. 하지만 서류가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러면서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시는 ‘땅속에 묻은 도수관은 공익적 목적이 큰 만큼 철거가 어렵다. 사용 요금을 내겠다’라고 맞섰다.
1심 재판부도 2020년 7월 시 주장을 수용해 ‘도수관을 철거하는 대신 땅 소유자들에게 사용 요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판시한 금액은 57만9000원이었다. 도수관을 매설한 땅 면적이 워낙 작아 금액이 낮게 책정된 것이다.
시 입장에선 나름 만족할 만한 판결이었다.
그러자 후손들은 항소했다. 이때부터 상황은 시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2심 재판부가 지난 4월 ‘시가 사유지에 도수관을 묻어 재산권을 침해했다’라며 후손들의 손을 들어 줬기 때문이다.
결국 시는 지난 5월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최근 열린 최종 판결에서 졌다.
5년간의 법정 공방은 이렇게 끝났다.
시 관계자는 “1993년 당시 땅 주인에게 동의서를 받은 기록(문서)을 찾을 수 없어 낭패를 봤다”며 “우리 입장에선 도수관의 공익적 측면이 크다고 판단해 대법원 판결까지 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는 도수관 철거와 소송 당사자와의 협의 등 후속 조치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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