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자를 알게 된 것은 국제입양 이슈를 취재하게 되면서부터다. 김성수 박사는 오랫동안 국제입양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입양인들을 인터뷰해왔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가면서 알게된 김성수 박사의 이력은 매우 특이했다. 그는 철도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민권운동가이자 사상가인 함석헌 선생에게 빠져 1990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영국에서 함석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와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에서 일했고,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30여년 동안 영국과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하고 깨달은 생각을 담은 책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 한국인이 본 영국, 영국인이 본 한국> (김성수 지음, 도서출판 피플파워)을 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의 이야기를 영국에 비춰 보여주고, 영국의 이야기를 한국에 비춰 보여준다. 한국의 전봉준을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과 비교해 "전봉준이 크롬웰처럼 혁명에 성공해 정권을 잡았다면 우리나라는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영국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이 실제 영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쳐는지 살펴보는 글 등은 한국과 영국 모두에 뿌리를 둔 저자의 통찰에 기인한다.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일화도 군주제와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영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주의 신분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 국방부에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군용트럭을 운전하면서 군 구호품을 전달하고 탄약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이런 모습은 영국 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저자는 이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장관 후보자들의 병역 면제, 부정 축재 논란 등와 비교하면서 한국 고위층의 '특권의식'을 비판했다.
이 책에는 또 '비틀즈의 고향인 영국'에서도 한국의 BTS(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영국 젊은이들의 눈엔 달리 보이는 문화 선진국 한국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의 미덕을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삶의 긍정적인 면과 희망을 보여주는 세련되고 예의바른 한국의 BTS 청년들이 영국 청년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제 한국의 문화 수준은 국제적인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늙은 제국' 영국은 여전히 '따라잡기 근대화'를 달려오느라 숨이 찬 한국에게는 큰 가르침을 주는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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