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여성가족부의 건강가정기본법 현행유지 입장을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규탄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은 연인이나 친구끼리 거주하는 친족 가구가 47만 가구에 달하고, 비 친족 가구원은 100만 명을 돌파했다"며 "그러나 (한국사회는) 여전히 혈연 및 이성애 혼인으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가족'으로 여기고 다양한 비 정형적 가족을 법 제도 밖으로 배척하고 있다"고 현행 가정법의 시대착오적 관점을 지적했다.
앞서 지난 23일엔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건강가정기본법을 현행유지하겠다'는 여성가족부의 입장이 밝혀졌다. 여성부는 지난해 4월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사실혼·동거·위탁 가구 등 현행 가정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3일 밝혀진 '가정법 현행유지' 입장은 이를 뒤집는 것이었다.
가정법 현행유지 입장이 대중에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자 여성부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혼·동거가족을 정책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라며 "여성부는 '가족'의 법적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현수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는 관계 법률에 근거해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한다"며 "협소하게 규정된 법적 가족 개념으로 인해 법 테두리에서 배제된 채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존재함에도 어떻게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소속 류민희 변호사는 '이성애 혼인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현행 가정법상 법적 가족 개념이 특히 성소수자 부부 등 성소수자 생활공동체에 "주거, 의료, 재산, 분할 등에서의 불이익·차별"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가족 수당도 받지 못하고, 파트너 가족의 경조사에도 경조사 휴가가 아닌 개인 연가를 별도로 사용해야 하며, 심지어 파트너가 응급실로 실려가 의식이 없는 상황에도 보호자 자격으로 (수술) 동의를 할 수 없어 의료 조치가 미뤄지는" 성소수자 생활공동체의 현실은 그들이 법적 가족 규정에 포괄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는 게 류 변호사의 지적이다.
이날 회견을 진행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여가부 장관의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며 "현 정권 이전 여성부가 원래 추진하고자 했던 가정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정법 개정안은 지난 20년 남인숙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가정법상 '가족의 정의' 규정을 삭제하고, 넓어진 가족 규정에 따라 사실혼 및 동거 가구 등을 포괄하는 폭넓은 지원을 실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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