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호 구미시장의 잇따른 공직선거법 위법 논란에 대해 본인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시장은 논란이 된 경북도 기획조정실장 재직 당시와 무관한 구미시청 홍보담당관실을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 간접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공무원이 그 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경우 지위와 권한을 특정 개인을 위한 선거운동에 남용할 소지가 많고, 자신의 선거운동에 유리한 방향으로 직무를 집행하는 등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가 선거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2008. 4. 24. 결정 2004헌바47)
28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해보면 김 시장을 둘러싼 공직선거법 위법 의혹에 쟁점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행위 여부다.
먼저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시 김장호 기조실장은 국가공무원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거운동'이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등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그 판단에 있어서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선거인의 관점에서 당사의 구체적인 상황에 기초해 개관적으로 판단해야한다.(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판결)
퇴임식 '선거운동' 논란 & 경북도 방조·동조 의혹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11시 경북도청 화백당 본관 4층에서 당시 김장호 경북도 기조실장의 퇴임식이 열렸다.
이날 김 시장은 퇴임사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 승리를 통해서 더 큰 구미, 더 큰 경제를 반드시 열어가겠다"라며, "많은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고 구미시장 출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듯 웅변했다.
퇴임 행사장에는 '구미사랑♡김장호♡서포터즈'라고 자신을 지칭한 이들이 만든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됐다.
김 시장은 "저 김장호가 가는 길에 함께 하는 선배 후배분들이 격려차 많이 참석했다"라며 "구미사랑 '호' 서포터즈, 구발대발 서포터즈, 무장 서포터즈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라고 특정인들을 소개하고, 박수를 유도했다.
그는 '고향 동지'들을 가리켜 "여러 동지들과 함께라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 시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그 직위를 이용해 퇴임식에 본인이 출마하는 선거구의 유권자들을 참석케 하고, 이들과 도청 소속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선거운동을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북도 기획조정실은 언론인 등이 참석한 해당 퇴임식을 주최·주관하며, 부적절한 현수막 게시를 제지하지 않고 방관했다"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도청 공무원들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을 방조·동조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만약 김장호 기조실장이 아닌 제 3자가 경북도청 건물에서 다가오는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승리를 외치는 행위를 경북도가 허용할지 되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논란의 퇴임식을 주최·주관한 당시 김장호 기조실장 예하 경북도청 기획조정실은 이날 보도자료도 언론에 배포했다.
기획조정실 보도자료 '치적, 구미시장 출마 홍보' 논란
김 시장 퇴임식날 경북도 기획조정실은 수십 곳의 언론사에 '김장호 경북도 기획조정실장 퇴임식 열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당시 김장호 기획조정실장의 여러 치적들 나열되어 있었다.
해당 배포자료에서 당시 김장호 기조실장은 "앞으로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있는 자존감 있는 고향을 만들기 위해 더 큰 고향, 희망의 고향을 만들어 나가는데 힘쓰겠다"고 말해 구미시장 출마를 다시 한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김장호 경북도 기획조정실장 퇴임 "구미시장 출마"', "김장호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이 내년 지방선거 구미시장 출마를 위해 명예퇴임했다" 등을 보도했고, 사진 자료 등은 경북도 기조실에서 제공한 사진을 이용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시장은 자신이 장으로 있는 부서에서 배포된 보도자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다"며, "경북도 기획조정실이 조직적으로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관여를 한 셈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보도자료가 수십 곳의 언론에 기사화되었는데 어떻게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 기조실 관계자는 "통상 기조실에서 배포된 보도자료는 실장님에게 보고하고, 기획관까지만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퇴임식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 "당시에 근무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라며 "기조실에서 따로 누군가를 초청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장호 구미시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프레시안> 기자가 직접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또 김 시장은 <프레시안>에 '홍보담당관실을 통해 정식으로 문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김장호 시장의) 입장을 저한테 듣는다고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김장호 시장이) 퇴직할 때 제가 현장에 없었는데… 제가 봤을 때 현직에 있으면서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는 안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 일각에서는 이러한 구미시의 대응 행태를 두고 구미시와 무관한 사안에 대한 대응은 부적절하고, 설득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법 의혹은 구미시가 해명할 일이 아니다"라며 "김 시장이 도청에 재직 중에 발생한 일을 구미시 담당자들이 어떻게 알고 해명을 하겠냐. 김 시장은 구미시 뒤에 숨지 말고,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논란이 진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김 시장은 퇴임 직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치적과 구미시장 출마 사실을 홍보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어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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