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 상황에 대해 "외환보유고가 아직 많으므로 이런 부분을 활용해서 적절한 시장안정 조치를 할 것"이라며 개입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는 "미국도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필요할 때" 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25일 한국방송(KBS) <일요진단> 인터뷰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 조치를 시사하며 "외환보유고는 금고에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럴 때 시장안정조치하라고 있는 자금"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을 동원한 선물환 매입 등 정부가 달러 공급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들어선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더 빠르게 약세를 보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 시장안정조치를 하고 있고 여러 조치를 준비해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 부총리는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국책은행이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외평기금도 활용할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 시중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는 "한국이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대외건전성 장치를 갖고 있으므로 (이후) '필요할 때' 유동성 공급 장치를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미국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대정부질문 경제분야에 답변자로 출석한 자리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지금 금융시장에서는 상시적인 한미 통화스와프에 관한 기대도 여전하고,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로 인한) 경제 악화도 우려하고 있다"며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지적하자 "한미 통화스와프가 있으면 우리 외환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라고 하면서도 "하지만 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미국도 중앙은행-정부 간 역할 분담이 있기 때문에 제가 섣불리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정상회담에 관련된 논의사항은 제가 여기서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에서 이른바 '48초 환담'을 포함한 연쇄 협의를 했고, 이 정상외교에서 양국 정상은 "금융 안정화 협력"에 대해서도 협의했으며 "필요시 양국이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환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밝혔었다.
특히 순방에 동행한 최상묵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유동성 공급장치'에는 다양한 게 있다"며 "양국 금융당국 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통화스와프도 양국 당국 간 협의의 대상이 되는 유동성 공급장치에 포함된다"고까지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미 NSC에 한미 통화스와프 문제를 집중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추 부총리의 발언은, 윤 대통령의 순방외교 성과를 적극 부각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상 간의 협의 결과물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