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실이 유엔 총회 계기 한미‧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공언했지만 사실상 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과 관련, 외교 성과에 연연해 조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오준 전 유엔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계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다는 지난 15일 대통령실의 발표가 무색하게도 '48초 만남'에 그친 것을 두고 "(대통령실) 발표나 이런게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오 전 대사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유엔(본부에) 왔을 때 미국 대통령을 만나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가는 한이 없으니까 미국 대통령은 아예 안만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우리가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고 우리 현안이 많아서 회담이 정해졌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회담 가능성을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그걸 우리는 (외교적) 성과로 미리 (지난 15일 대통령실에서 언론에) 이야기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너무 외교 성과에 연연하면 이런 외교적인 실수, 또 이런 여러 가지 진행에 있어서도 무리수를 두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일 정상 간 한국은 약식회담, 일본은 간담회라 부른 양측 만남에 대해서도 오준 전 대사는 "어떤 한 번의 정상회담이 그런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일은 저는 불가능하다"라며 "이 회담 역시 우리가 너무 조급하게 접근하지 말고 이런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좋았을 뻔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흔쾌히 한일 정상회담이 합의됐다고 발표하고 이를 일본이 반박하는 등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잡음이 발생한 것도 한국 측이 성급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오 전 대사는 "그렇다. 외교의 본질보다는 행사나 의전 등을 다루는 데 있어 미흡했던 부분들이 있는 게 아닌가, 이번 순방 전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강창일 전 주일대사 역시 한일 정상 간 만남에서 대통령실의 성급한 발표가 회담을 어렵게 끌고 갔다며, 대통령실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강창일 전 대사는 한일 정상 간 국기도, 취재진도 없는 만남을 가졌음에도 이를 약식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회담이라고 주장하는 대통령실의 행태에 대해 "대통령실이 표현을 잘못하고 수습하는 방식도 아주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강 전 대사는 15일 대통령실의 발표에 대해 "아주 외교적 결례다. (정상회담 같은 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비공식이었는데 이렇게 하게 되면 기시다 총리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에도) 강경파도, 온건파도 있고 혐한파, 반한파들도 꽤 있으니 (한일 정상회담 발표 이후) 기시다 총리가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기시다 총리가 안 만나면 될 거 아니냐는 식으로(나오지 않나)"라며 "(이렇다 보니) 우리가 (회담을) 구걸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원인 제공을 한국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국기와 테이블 등 정상회담이라고 평가될만한 형식적인 요인을 준비하지 않은 것도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강 전 대사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만날 생각이 없다는 거 아닌가"라며 "일본이 참 무례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본에 좋을 것이 뭐가 있겠나"라고 일본 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오준 전 대사는 "그런 부분까지 외교적인 문제로 삼는 경우는 과거에 보지 못했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이미지에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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