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령을 내리면서 전면전 위기가 한층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은 담화를 통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22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국방성 장비총국 부총국장이 담화를 통해 "우리는 지난 시기 로씨야(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부총국장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 나라와 로씨야 사이의 '무기거래설'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하여 떠들고 있다"며 이날 담화를 발표한 이유가 서방 국가들로부터 제기되는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의혹 제기를 반박하기 위한 것임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무기거래설'을 내돌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을 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미국이 비열한 정치군사적 흉심을 추구하기 위해 함부로 반공화국모략설을 퍼뜨리는데 대하여 강력히 규탄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과 미국 정부 등은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가 의심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미국 재무부 테러자금 담당 차관보는 20일(현지 시각) "북한이나 이란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기관에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14일 러시아가 무기 재고가 줄어들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심한 제재를 받은 이란과 북한 등으로부터 무기를 조달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 역시 지난 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용하기 위한 탄약을 구매하기 위해 북한에 접촉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방의 이같은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고, 설사 근거가 있다고 해도 정보‧첩보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가 어려워,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를 명백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날 담화를 통해 무기거래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배경을 두고 러시아와의 관계보다는 향후 미국과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일정 부분 관리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사실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 참여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북한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러시아와 거리 두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