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전담기구 관련학생 학부모 의견 진술 기회 박탈 사실로
가해자가 돼버린 피해자 "폭행사실 없다"억울함 호소에도 묵살
일부 학부모 교권침해 이어 특정학생 음해•교사 정황까지
지난해 4월부터 학교 폭력 논란으로 교육청 감사까지 받았던 경주 안강 A고등학교의 문제점들이 관계자들의 양심선언으로 하나 둘씩 드러나며 현 교육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해부터 경주 안강 A고교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1년여간 심층취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이 사건은 현재 우리 교육기관의 참담한 현실과 한계점, 유착관계, 교권상실 등 종합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프레시안은 지난해 5월부터 <경주 안강 A고등학교 학교폭력 논란...기능부 내의 실력 차이로 갈등 증폭>이란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경주 안강 A고교 '무너진 교권'...교사들 "할 수 있는 게 없다">, <경주 안강 A고 경찰 수사 들어가나...학교장 돌연 사표에 컴퓨터 포맷 의혹까지 일어>, <'학폭 피해자가 학폭 가해자'로...참담한 경북 교육계의 현실> 등 현재까지 취재를 이어왔다.
무엇보다 당시 안강 A고등학교의 계속된 논란들은 추가 제보로 인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학폭 논란의 원인과 관계자들의 양심고백
먼저 해당 학폭 논란은 지난해 4월 기능부 전국대회 출전을 며칠 앞두고 3학년에 재학 중인 Y학생과 학부모가 학폭을 당했다며, 동급생인 J학생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J학생은 학폭 관련 전담기구를 통해 Y학생과 평소 친한 친구사이였으며,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J학생의 학부모 또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중요한 기능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인 아들이 출전하지 못하게 하려는 일부 학부모의 음해라고 주장했다.
J학생과 학부모의 주장은 몇 달 뒤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7~8월경 Y학생과 학부모는 J학생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며, "J학생의 폭행 사실이 없었고 전국 대회를 며칠 앞두고 기능부 2학년에 재학 중인 L학생의 모친이 찾아와 '폭행을 저지른J학생을 상대로 빨리 고소해야 한다'는 말만 듣고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취재보도한 지역 모 기자의 양심고백도 있었다. 프레시안 기자에게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박 기사를 쓰게 된 부분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보에 따르면 L학생의 모친은 수시로 학교를 찾아와 고성을 지르고 위압감을 조성하는 등 교권을 유린했으며, L학생의 부친은 이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 학교폭력 전담기구위원, 학교운영위원 등 혼자서 3개 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와 관련 일부 교사들은 익명을 요구하며 "L학생의 모친으로 인해 일부 선생님들은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학교폭력 관련 제3자(L학생의 모친)의 개입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교장 선생님이 모든 걸 움켜쥐고 쥐락펴락했다"라고 고백했다.
이를 통해 L학생의 모친이 교권을 유린한 정황들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으며, 이 당시 모 교장이 L학생과 학부모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는 내용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예로 학교 측은 L학생이 학교 교실에서 전자담배를 들고 흡연한다는 학생들의 제보에 대해 막대사탕이라 옹호했으며, 학폭 관련 교육지원청의 출석요구에 출석도 하지 않고 노래방에 간 제보에 대해서도 "반성을 잘하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을 전했다.
학폭 논란 취재가 계속되자 모 교장은 돌연 사표를 쓰고 자신의 컴퓨터를 초기화(포맷)한 후 잠적해 버렸다. 당시 학교 측은 이런 사실을 숨기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L학생의 학부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학교·경북도교육청 관련학생 및 보호자 의견 진술 묵살, 교육부 지침 위반 사실로 드러나
안강 A고등학교 학폭 논란으로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J학생의 부친은 현 교육체계에 대한 강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수차례 교육기관의 민원을 통해 "2021년 4월 14일 경주 안강A고등학교 학폭 사안조사 처리 과정에서 당시 참석한 전담기구 위원들이 임의적으로 교육부 매뉴얼의 중요한 원칙을 생략하는 이른바 '절차상 하자'로 인해 관련 헌법에서 보장된 최소한의 인권보호를 받지 못했고 권리 또한 부당하게 침해당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교육부의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5항에는 '심의위원회는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주 안강 A고등학교와 경북도교육청은 공식 답변서를 통해 "학폭예방법은 전담기구의 조사에 관련학생 및 보호자에게 반드시 의견 진술의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라며, "J학부모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으며, 법에 없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애매하다"라는 모호한 답변과 더불어 전담 변호사와 상담한 후 J학부모에게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보름이 넘도록 연락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 결과 학교폭력과 관련 교육부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14쪽 4장 6항에는 "전담기구의 조사 및 심의위원회 조치 결정시 관련학생 및 보호자에게 반드시 의견 진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안강 A고등학교와 경북도교육청의 공식 답변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결국 교육부의 지침을 이들이 무시한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추가로 교육부 관계자 또한 J학부모에게 "가이드북에 학폭 관련 해당 내용과 지침이 있는 것이 맞다. 이를 근거로 경북도 교육청과 이야기 하면 된다"라며 "가이드북대로 처리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학교 전담기구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으므로 결국 학교와 도교육청은 상위 기관인 교육부의 지침에 따르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교와 도교육청의 무책임한 답변은 교육부의 공식입장을 무시한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학교폭력 피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반면 학폭 관련 교육계의 엇갈린 의견 대립은 결국 교육계의 폐단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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