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유엔 총회계기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18일 <산케이신문>은 오는 20~21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 총회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는 한국 대통령실의 발표와 관련, 일본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이 문제가 한일 간 신뢰 관계와 관련이 있다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발표는 삼가달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 신문> 역시 이날 보도를 통해 일본 측이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한일 정상회담 실현이 불투명하다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정상회담 실현이 '사실 무근'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설사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더라도 정식 회담이 아닌, 양측이 조우하는 방식으로 잠시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유엔총회 때 열기로 한 한일정상회담과 관련된 상황에 변동이 있다고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일본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또 회담의 시간‧장소는 조율이 마무리됐고 의제 등 세부적인 조율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는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의 언급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15일 대통령실이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한 이후 잡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발표 다음날인 16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외무성 간부가 "(정상회담) 합의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일본 고위 관리 역시 "들은 바 없다. 왜 그런 발표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역시 이날 오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유엔 총회 참석과 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출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대통령실보다는 다소 신중한 뉘앙스를 보였다. 그는 "유엔 총회에서 회동하는 것에 대해 양국이 협의 중이고 최종 조율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보도를 내놓는 것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명확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모두 강제동원 문제에서 한국 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일본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한일 정상회담이 확정적인 것처럼 발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국정 목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실제 일의 진행보다 앞서서 성과 과시에만 급급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일본 측이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구실로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며 일본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활용, 일본 측이 강제동원 등의 현안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의도로 이미 양측 간 합의된 사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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