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얘기만 나와도 지긋지긋해요.”
주민 A씨(48)가 말했다. 그러자 이웃 B씨(52)도 한 마디 거들었다. “마을 주민들을 물로 본거지. 더는 못 참아.”
16일 오전 경기 동두천시 조산마을 곳곳엔 현수막이 가득했다.
‘민폐만 주는 야구장 철거하라.’, ‘헌법에도 보장된 행복권을 보장하라’, ‘마을 한 가운데 야간 조명탑이 웬 말이냐?’ 등등 야구장 철거를 요구하는 글귀였다.
주민 모두가 “야구의 ‘야’자도 꺼내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주민 200여명이 사는 조산마을에 사회인 야구장인 생긴 건 3년 전이다.
동두천시는 당시 야구장을 만들어 달라는 시 야구협회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2018년 4억7800여만 원을 들여 탑동동 국민체육센터 안에 토목 공사를 했다. 이어 인조 잔디와 안전 울타리를 설치한 뒤 이듬해 사회인 야구장을 준공했다.
현재 이곳은 학생과 직장인 등을 포함해 야구 동호회원 600명 정도가 이용한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수년 간 각종 소음에 시달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던 와중에 최근 주민들의 분노를 촉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가 늦은 밤에도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사회인 야구장에 조명탑 설치를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시는 오는 11월까지 이곳에 24m짜리 발광다이오드(LED) 조명탑 6개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체육 시설 이용 시간이 늘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는 2000만 원을 들여 지난 6월 조명탑 설계까지 마무리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조산마을회관에서 열린 설명회 때 주민들의 반발이 엄청 심했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소음에 시달리는데, 야간 조명탑이 생기면 소음 피해가 더 심하고 농작물 생육에도 영향을 준다며 아예 야구장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시 관계자들이 주민 의견을 물어보지도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했다.
이러면서 야간 조명탑 설치를 추진하던 시도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야간 조명탑을 설치하려던 것인데,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심하다”라며 “추가로 주민 설명회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시를 향한 불신이 야구장 철거 요구까지 이어진 근본 이유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원래 시가 야구장을 만들기 전에 수영장을 만들어 준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 인근에 한 민간 기업이 일본 마을(니지모리 스튜디오)을 건립할 때에도 특산물 판매장을 설치해 준다면서 동의서를 받아갔다. 하지만 아직 아무 얘기도 없다. 이러니 주민들이 시를 믿겠나. 이런 불신과 불만이 이번에 사회인 야구장 문제로까지 번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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