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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다시 위대하게" 총선서 극우 부상…유럽 극우 정치 '주류화'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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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다시 위대하게" 총선서 극우 부상…유럽 극우 정치 '주류화' 성큼

이탈리아선 극우 총리 유력…NYT "기성정당들에 극우표 유혹 점점 커져"

스웨덴 총선에서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정당이 2당으로 부상했다. 이달 말 치러질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극우정당 대표가 총리직에 오를 것이 예측되며 유럽 곳곳에서 그간 주류 정치에서 배격돼 왔던 극우가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각)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사민당을 포함한 중도좌파 연합이 극우 정당이 포함된 우파 연합에 패한 것을 인정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스웨덴 현지언론과 선거관리위원회를 참조하면 개표가 99% 이상 완료된 상태에서 사민당은 30.3%를 득표해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지만 사민당이 포함된 좌파 연합은 극우 스웨덴민주당(SD·20.5% 득표), 중도당(19.1%)이 포함된 우파 연합에 근소하게 뒤쳐졌다. 좌파 연합과 우파 연합은 총 349석의 의석을 각 173석 대 176석으로 양분할 전망이다. 정권을 잡게 된 우파 연합의 연립정부 구성은 빨라야 이달 말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결과 극우의 약진이 눈에 띈다. 20.5%를 득표한 극우 스웨덴민주당은 단일 정당으로는 사민당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우파 연합 내에서는 중도당을 제치고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다만 스웨덴민주당은 연합을 구성하는 다른 당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해 차기 총리는 울프 크리스텐손 중도당 대표에 내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극우, 급증한 총기 폭력을 이민자와 결부…"카불행 송환 특급" 노골적 이민자 혐오 드러내

1988년 극우와 네오나치를 중심으로 결성된 스웨덴민주당은 이후 당 로고까지 바꿔가며 온건한 이미지를 홍보해 2010년 5.7%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인종차별과 극단주의에 대한 "무관용"을 내세우며 외연을 확장해 2018년 총선에서는 17.5%까지 지지율을 올렸다. 다만 스웨덴민주당이 실제로 인종차별 기조를 버리고 네오나치와 단절했다고 믿는 시각은 많지 않다.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최근 급증한 스웨덴 내 총기 폭력과 반이민 정서를 결부시키며 특히 지방에 거주하며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은 남성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웨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소셜미디어(SNS)에 이 당을 상징하는 로고가 새겨진 열차 이미지와 함께 올린 "송환 특급 탑승을 환영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까지 직행하는 편도 열차입니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며 반이민 정서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지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스웨덴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민자를 배척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선거 과정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주와 망명에 관대한 정책을 펴 온 스웨덴은 시리아 내전 탓에 2015년 15만 명에 이르는 망명 신청을 받은 것을 비롯해 최근 10년 간 50만 명에 이르는 망명신청을 받아 들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인구 1030만 명의 스웨덴에서 20년 전까지는 인구의 10%가 외국 태생이었지만 현재는 20% 가까운 인구가 외국 태생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저학력층을 중심으로 이민자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정서가 퍼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급증한 총기 폭력과 조직폭력(갱단) 범죄를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서사가 늘며 극우 정당이 불러일으키는 이민자 혐오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올해 상반기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선거 3주 전인 지난달 말 스웨덴 남부 도시 말뫼에 위치한 쇼핑몰에서 범죄조직에 의한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말뫼가 속한 스코네주의 인구 2만 명의 작은 마을 훼보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이라크 출신 이민자 하마 압둘라(49)는 현지 영문매체 <더 로컬>에 스웨덴민주당의 약진이 "놀랍지 않다"며 "사람들은 (범죄조직 폭력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이민자 친구들까지 스웨덴민주당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스웨덴민주당 지지율은 42.7%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류 언론은 오랫동안 스웨덴민주당과 거리를 둬 왔지만 이 당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짚었다. 반이민을 내세우는 다른 유럽 극우 및 포퓰리스트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스웨덴민주당 또한 대중을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트'와 자신들을 대척점에 세우는 수사를 구사한다.

반면 스웨덴민주당의 반이민 정책에 도시 유권자들은 항의를 표현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매체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오케손 대표가 스톡홀름 중심부 연설에 나섰을 때 그를 파시스트와 인종주의자로 비난하는 시위가 일었다고 설명했다.

요나스 힌포스 스웨덴 예테보리대 정치학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극우의 부상을 두고 "지난 50~60년 간 좌우 모두가 공헌해 발전시킨 사회·자유주의적 가치·개인의 자유·소수자 권리"가 "역행"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영국 매체 <가디언>에 말했다.

스웨덴민주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스웨덴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로컬>에 따르면 스웨덴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많은 유럽 극우 세력이 친러시아 성향을 표현한 전력이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뒤 입장을 바꿨다.

이탈리아선 무솔리니 지지 조직 출신 극우 총리 유력…NYT "기성정당들에 극우표 유혹 점점 커져"

스웨덴 외에도 유럽 곳곳에서 극우가 정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오는 25일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스트 무솔리니 지지자 주도로 창설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을 이어 받은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 조르자 멜로니(45) 총리직에 앉을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 4월 프랑스 대선에서도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약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및 식량 공급 위기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위기를 극우가 정치적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이민·자국중심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을 '친유럽 엘리트'와 대비되는 민중 친화적 지도자로 내세우는 이들은 집권 주류 정당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심하는 동안 '국내 문제'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생활비 위기 문제를 적극 파고 들었다. 러시아가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완전히 잠그며 치솟는 연료비에 신음하고 있는 유럽 지역 곳곳에서는 관련한 반정부 시위에 더해 극우 중심의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극우가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해 주류 정당과 연합하거나 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집권하진 않더라도 선거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유럽 전역에서 "전형적인 패턴"이 됐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극우가 20% 이상을 득표하는 일은 힘들지만 그 20%의 지지율은 정권을 잡기를 원하는 기성 정당에 "점점 더 유혹적"이 되고 있다며 "극우가 얼마나 많은 표를 얻느냐가 아니라 나머지 정당이 극우의 인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지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가 12일(현지시각) 수도 스톡홀름 인근 나카에서 전날 실시된 총선 출구조사를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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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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