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사기다
그렇다. 역사 이래 수십만, 수백만, 수억의 인민들이 단역으로 강제 출연당해 죽어간 피범벅 전쟁은 대부분 사기였다. 십자군 전쟁도 사기였고 히틀러의 전쟁도 사기였고 대동아전쟁도 사기였다. 근대 전쟁, 그 중에서도 미국의 전쟁은 부시의 이라크전쟁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 선전과 함께 시작한 대사기였다. 그 전쟁 동영상의 감독과 주인공은 국가나 종교 지도자일지 모르지만 제작자는 늘 돈과 권력을 쥔 기득권자들이었다.
흔히 20세기 1, 2차 세계대전은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 전쟁이었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전쟁으로 떼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기득권을 더 강고하고 단단하게 확립한 자들은 따로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의 3국동맹(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 등)과 3국협상(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과 미국) 국가들을 넘나들며 무기와 전쟁물자를 판 대규모 영리기업가들과 이들 전쟁국가들에게 돈을 빌려준 국제 금융자본가들이 그들이었다.
1914년에서 1918년까지 1차세계대전 기간 동안 화약 제조업체 듀퐁의 연간 영업수익은 전쟁 전보다 무려 약 1천%, 10배나 폭증했다. 미국에서는 전쟁 전에 가죽 원료가 남아돌았다. 전쟁이 일어나자 피혁업자들은 군수물자인 말안장을 수십만 개나 미 국방부에 팔아치울 수 있었다. 전쟁터로 간 미 기병대원은 단 한 명도 없었음에도 말이다.
2차 세계대전도 마찬가지였다. 로스차일드, 모건, 록펠러 등의 국제 금융자본가들과 석유 메이저들, 군산복합체들은 연합국과 추축국을 넘나들며 돈을 긁어 모았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조선반도 토지를 강제로 약탈해간, 우리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제 식민지 기업이었다. 그런데 동척의 재산 관리인은 J.P.모건의 내셔널시티 은행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적국으로서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도 그랬다.
미국의 파시스트 쿠데타 음모
1930년대 미국의 월가와 기업가들 중에는 파시즘 추종 세력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할아버지이자 파나마 침공과 걸프전을 일으켰던 41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프레스콧 S. 부시(1895~1972)는 당시 월가를 주무르던 극우 국제 금융자본가였다. 그는 실제로 전직 군인과 일반인으로 구성된 '미국자유연맹(ALL)'을 조직해서 미국에 파시스트 독재정권을 수립할 음모를 꾸미기도 했다. 이 음모를 폭로한 사람이 다름아닌 전쟁은 사기다의 지은이 스메들리 버틀러(1881~1940)였다.
버틀러는 1898년 미-스페인 전쟁이 일어나자 16살의 나이에 미 해병대에 입대해 참전했다. 이후 전세계를 누비며 121회나 전투를 벌였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의 참전 영웅이었지만 동시에 전쟁국가 미국에 대해 역사상 가장 통렬하게 비판한 내부 고발자이자 평화운동가였다. 미국 인민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았던 전 미해병대 준장(당시 미해병대의 최고 계급) 윌리엄 버틀러에게 파시스트였던 증조 할아버지 부시 세력이 쿠데타 사병조직을 이끌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이다.
당연히 2차대전 후 미국에서는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거래를 해 돈벌이를 한 군산복합체와 금융자본가들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어났다. 곤경에 처한 이들이 빼든 비장의 무기가 냉전과 반공 빨갱이 사냥의 매카시즘 소동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을 구해 준 전쟁이 다름아닌 6.25동란이었다.
태평양에 버려야 할 정도로 남아도는 미국의 곡물 소비처를 확보해 준 것도, 소총과 탱크, 폭격기, 폭탄과 각종 군수물자의 멈춰 선 생산라인을 다시 부활시킨 것도 6.25동란이었다. 패전국 일본을 기사회생시킨 일등 공신도 6.25동란이었다.
한국 인민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생사가 한 순간에 오락가락하는 난리였다. 수백만의 우리 조상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한반도에서는 남북한과 좌우익이라는 적대적 공존, 원한과 복수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굳이 '6.25동란'이라는 말을 쓴다. '한국전쟁'이라는 표현은 오직 돈벌이 전쟁이자 생존의 돌파구였던 파시스트 금융자본가들과 군산복합체들의 시각에 동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6.25동란은 누가 일으켰을까
6.25동란을 두고 3개의 주장이 있다. 남침론, 북침론, 남침유도론.
물론 6.25동란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김일성과 박헌영이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일으킨 전면전이었다. 북침론은 전쟁 초기 국군이 해주를 점령했다는 이승만의 방송과 동아, 조선의 가짜뉴스 등을 근거로 주장하는 허무맹랑한 이론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남침유도설에 대해서는 정병준이 <한국전쟁: 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돌베개 펴냄)에서 커밍스가 근거로 제시한 사실에 대해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임을 조목조목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1950년 6월 25일 당일의 개전 상황에서 좀 더 시야를 넓혀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5년 동안 초강대국 미국의 전쟁 사기꾼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초점을 바꿔 바라보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맥락에서 전쟁을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군산복합체들과 월가 금융마피아들은 아귀가 먹이를 찾듯이 새로운 최상의 전쟁 지역을 찾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사실상 내전 상태였던 한반도를 점찍었고 김일성과 박헌영은 제발로 스스로 그 아귀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6.25동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이승만이 정계 은퇴한 상황(1950년 5.30 총선거에서 이승만의 집권 여당은 총 210석 가운데 24석을 얻는 데 그친 투표혁명이 일어났다. 당시에는 대통령을 국회에서 뽑았기 때문에 이승만은 사실상 정계 은퇴 상태였다. 6월 25일 아침에도 그는 경회루에서 한가하게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에서 지금과 180도 다르게 남한보다 훨씬 부유했던 북한의 평화통일 공세에 남한과 미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세상은 어떻게 변해갔을까.
석유가스 메이저와 군산복합체 아가리로 들어간 우크라이나 전쟁
침략유도론이 딱 안성맞춤하게 들어맞는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동서독 통일을 마무리 짓는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나토를 "동쪽으로 단 1인치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1999년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나토에 가입했다. 2004년에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가입했다. 그 뒤에도 차례로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등 동구권 국가 대부분이 가입했다.(심성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서양동맹의 미래>, 국회 입법조사처 현안분석)
이들 동구권 나라에 들어선 미군기지들은 러시아 동부를 포위하다시피 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단 5분 안에 모스크바에 미사일이 우박처럼 떨어질 수 있다는 안보 위협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국은 전쟁 이전에 이미 우크라이나에 수억 달러의 무기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군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와 맺은 3자 평화협정인 민스크 협정조차 아예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었다.
마침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라는 러시아의 뇌관을 쓰리쿠션으로 강하게 타격했고, 미국의 예상대로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유럽연합(EU)를 중심으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환 실천(RE100)은 석탄과 석유 메이저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었다. 이들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일으킨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찍혀 가고 있었다. 석탄기업의 주식은 아예 좌초자산으로 지목되었고,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상식이었다.
게다가 아프간 철수 이후 군산복합체들의 생산라인은 또다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유로화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의 화폐동맹과 국제통화로서의 부상은 달러 패권을 야금야금 허물어뜨리고 있었다. 러시아, 중국 등과 유럽연합은 경제 협력도 점차 강화하고 있었다.
전쟁국가 미국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어떠한 지역 패권도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전방위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 전략을 추구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을 미국 패권 아래 복속시키고 러시아를 약화시키고자 기획된 미국 전쟁 사기꾼들의 돈벌이 전쟁이었다. 신의 한수였다. 순식간에 전쟁의 블랙홀로 모조리 빨려들어간 유럽 국가들을 보라. 이들은 서둘러 러시아 가스보다 월등히 비싼 미국 가스를 구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1년간 400%나 오른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오죽하면 독일 정부가 에너지기업에 대해 '횡재세'를 걷어 시민들의 에너지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겠는가. 물론 이런 노다지 돈벌이 전쟁을 미국의 금수저 사기꾼 귀족들이 바라만 보고 있을 리 없다. 바이든과 부시의 아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는 6.25동란과 똑같이 예정된 전쟁이었다.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국제 금융마피아들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고,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도 스스로 그 아가리로 들어가고 말았다.
지금까지는 기후가 인류의 삶을 바꾸었다
1300년 무렵부터 1850년대까지 계속된 소빙하기의 유럽은 유례없는 강풍에 시달려야 했다. 1588년 8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궤멸시킨 것은 영국 전함의 대포가 아니라 그들을 강타한 광풍이었다. 악화되는 소빙하기 기후에 프랑스에서는 흉작이 계속되었다. 결국 1788년 대흉작의 여파로 굶주림에 시달리던 프랑스 농민들과 도시 빈곤층이 궐기해 이듬해인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 1845년 이후 아일랜드의 대기근 사태와 아메리카 이민 물결도 단일 품종 재배와 소빙하기의 기후변화로 인한 감자 동고병(胴枯病) 때문이었다.(<기후는 역사를 어떻게 만들었는가>(브라이언 M. 페이건 지음, 윤성옥 옮김, 중심 펴냄))
게르만족의 대이동도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부족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로마가 멸망했다. 몽고의 서진과 유럽침략도 훈족의 대이동도 기후변화가 원인이었다. 이집트 문명의 몰락과 마야문명의 몰락도 마찬가지였다.
기후변화는 약 1만년 전 호모사피엔스에게 농업 발견이라는 선물을 주어 인류의 번영을 가능케 했지만 동시에 문명의 몰락을 재촉하기도 했다. 역사상 문명의 몰락은 다양한 원인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가장 큰 핵심 동인은 기후변화였다.
그런데 지금 거꾸로 인간의 삶이, 산업문명이 초초단기간에 지구 기후를 바꾸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석유문명은 결국 자살극으로 끝날 것인가
2백여년 전 지하에서 퍼올린 석탄과 석유를 에너지로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본주의와 결합한 근대 산업문명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산업문명은 석유문명이다. 석유문명은 인간의 탐욕을 무제한으로 풀어 극대화시키고 심지어 미화하기까지 했다. 개발과 성장은 곧 탐욕의 개발과 성장이었다. 제동장치 없는 자연 착취와 파괴를 가속화 시키는 폭식 괴물이었다. 석유문명은 인류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역사상 전무후무한 풍요를 누리게 만들면서 인류세 시대라고 이름지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문명의 바벨탑을 쌓았다.
근대 석유문명이 전쟁을 먹거리로 인간의 삶과 사회를 집어 삼킨 댓가가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웃공동체는 철저하게 해체되고 가족까지도 뿔뿔이 흩어진 극단의 개인주의 세상이다. 기계화된 석유농업은 농지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농업용 부지'와 황무지로 바꾸어놓았다. 전 세계 숲은 대부분 파괴되어 사막화 되어가고 있다. 바다 또한 산호초가 죽어 사라진 바다사막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도 석유가스와 석탄을 불태워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지구를 불태우고 있다. 약 46억 지구 역사 시간으로 보면 눈깜짝 할 찰나에 사람들은 종말론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제끼고 말았다. 지리산과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말라죽는 건 약과다. 지구 생명체 전체가 대량으로 멸종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시도때도 없이 산불이 점점 더 잦아지고 대형화되고 있다. 폭염과 가뭄, 초대형 태풍 등 기상이변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의 그 '영구'라는 봉인이 해제되면서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온실효과가 강력한 메탄가스가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다.
한마디로 근대 산업문명은 자살문명이었음이 우리 눈 앞에서 확연하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인류는 기후변화라는 독가스를 스스로 만들어냈고 그 독가스를 스스로 마시고 있는 중이다.
휴전국가 인민들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를 전세계의 의제로 올려놓은 상징이었다.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전세계 인민들의 기후체제 전환 운동 또한 도처에서 비온 뒤 대나무 싹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대나무 싹을 하루 아침에 폭파시켜 버렸다. 기후위기라는 말은 이제 온데간데 없이 실종되어 버리고 온통 전쟁 이미지와 가짜뉴스만 도처에 나부끼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미국판 히틀러의 집단 광기다. 미국과 유럽, 심지어 한국에서도 히틀러의 복사판이라고 폄하되는 트럼프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오히려 이런 미친 광기의 전쟁을 반대한다. 미국과 유럽의 좌파 정치인들은 전쟁을 찬성한다. 세상은 이렇게 온통 역설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의 석유메이저와 군산복합체는 초대형 진공청소기로 산더미같은 달러를 빨아들이면서 오직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호화 파티를 즐기고 있을 따름이다. 수많은 우크라이나 인민들을 피의 착즙기로 밀어 넣는 이들 전쟁 사기꾼들과 정치인들을 '흡혈귀'라는 말 이외에 다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직도 휴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쟁의 방아쇠만 한 번 잡아 당기면 모든 것이 도로아마타불로 돌아가고마는 이 기후 자본주의, 기후 제국주의 체제에서 말이다.
* 이 글은 웹진 <나비>의 '기후@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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