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명의 사망자와 4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 병원건물 화재사고는 안전 부주의로 인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철거업자 A씨를 구속하고, 건물 관리소장과 시공자 등 공사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이천시 관고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3층 스크린 골프장에서 불길이 시작된 뒤 건물 계단 등을 통해 연기가 4층에 위치한 투석 전문병원으로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원인은 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는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 부주의와 부실시공 등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스크린 골프장 내에서 화기가 발견되지 않은 점 및 총 4개의 방 가운데 유독 집중적으로 전소된 흔적이 있는 1번 방 벽면에 설치된 선풍기와 에어컨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단락흔(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1번 방에 설치돼 있던 냉방기기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실제 사고 당일 오전 7시 10분께 스크린 골프장 철거 작업에 나선 A씨 등 3명의 철거업자들은 날씨가 덥자 냉방기기를 작동하면서 전기 차단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업자가 화재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위험 요인 제거와 전원 차단 등의 안전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냉방기기를 사용했다"며 "사실상 창고로 사용돼 습기와 먼지가 많이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 상태에서 냉방기기를 작동시키자 스파크가 발생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A씨 등은 화재가 발생한 이후 방화문을 폐쇄하지 않은 채 소화기로 문을 받쳐 열어둔 상태 그대로 대피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건물 시공 과정에서의 각종 불법 행위들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2003년 신축 당시 창문과 천정보 사이에 이격이 있었음에도 기둥 부위 주변을 벽돌과 몰타르 등으로 막는 조치 대신 외장재만 부착하는 등 마무리가 부실하게 이뤄져 화재가 발생하자 연기가 창문측 벽면 공간과 건물 기둥 대리석 외벽 사이 공간을 통해 위층으로 확산된 것이다.
경찰은 A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범죄사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형식적 감리·안전을 도외시한 공사 관행 등에 대한 제도개선책을 관계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과학수사대 및 피해자보호팀 등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 각각 3차례의 압수수색과 합동감식을 비롯해 관계자 71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한달여 동안 수사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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