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판매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철폐하는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 백악관은 한국 측의 우려를 이해한다며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7일 <미국의 소리> 방송은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6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IRA와 관련해 "미국은 언제나 그랬듯 한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커비 조정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한 IRA를 재고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한 발 물러서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그것이 우리 동맹국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맥락을 짚어보고자 한다"고 답했다.
그는 "(IRA 관련) 국내 규칙 제정 절차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될 것"이라며 향후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어 커비 조정관은 "에너지부 홈페이지에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북미 생산 차량 및 생산 업체의 정보가 나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외국 제조사도 포함돼있다"고 덧붙였다.
커비 조정관의 이같은 언급에 따라 앞으로 미국이 IRA에 대한 세부 시행 규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자동차 생산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복원하게 될지 주목된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지역인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하고 △전기차의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흑연 등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수출 또는 가공됐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부분이 일정 부분 이상이어야 하며 △배터리 부품 중 북미에서 생산된 물품이 일정 부분 이상 들어가야 한다.
위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7500달러(한화 약 1000만 원)가 지원되며 하나만 충족할 경우 3750달러 (한화 약 500만 원)가 지원된다. 전기차의 최종 조립 장소도 문제지만 배터리 원료의 원산지는 상당 부분 중국이기 때문에 당장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8월 31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자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미국은 해당 법안을 NSC 차원에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 대책반장 등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이 미국에 방문해 미 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 정부의 요청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독일, 스웨덴, 일본 등과도 해당 법안에 대한 협력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6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전기차, 세액 공제 개편과 관련하여 유럽, 일본 등 유사 입장국들과 실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과 EU, 독일, 일본, 스웨덴 등 유사 입장국들은 본국뿐만 아니라 워싱턴 현지 공관에서도 수시 접촉하며 의견을 청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개별 접촉 과정에서 유사 입장국 간 공조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된 바 있고, 그에 따라 해당 실무 협의도 이러한 차원에서 성사됐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유관국들과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을 지속 검토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는 물론 전기차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여러 공동 관심사가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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