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새벽 시간을 틈타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에 시설 정상화를 위한 물자가 반입됐다. 윤석열 정부가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이들의 눈을 피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지 정상화'라는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행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기지 반대 시민단체인 소성리 종합상황실은 지난 4일인 일요일 새벽 1시 30분경 군 장비가 사드 기지에 반입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한미군 역시 함께 사드 기지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새벽 시간에 사드 기지에 물자가 반입된 적은 있었으나 휴일 새벽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경찰병력을 동원해 급하게 물자를 반입한 이유가 사드 기지 정상화 반대 주장을 하는 주민 및 시민단체와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새벽 물자 반입과 관련 5일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상권 확보 차원에서 미군, 경찰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보정하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그런 차원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드 기지 정상화를 통한 상시적 지상 접근권을 갖겠다는 일환으로 보이는데 이런 과정 자체가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문 부대변인은 "과거에도 새벽에 반입한 적도 있었고 또 지상 수송이라는 것이 주야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주에 있었던 그것(물자 반입 및 인력 이동)은 미측 요청과 안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입 전 성주에 있던 국방부 직원과 경찰이 주민들에게 '휴일에 반입이 없을 테니 안심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반입이 이뤄진 것은 결국 주민들을 속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문 부대변인은 "사드 기지 장비가 언제 들어가냐부터 여러 질문들을 받았는데 시기에 대해서 특정해서 말한 적 없다"며 "(성주) 현장에서 어떤 대화가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해 봐야 되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드릴 말은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성주 주민 대표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는 국방부의 공언은 그 의미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문 부대변인은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우려 사항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말에도 사드 기지에 물자 반입을 시도하면서 소성리 종합상황실 등 사드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매일 아침 반대 집회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 역시 기지 정상화를 위해 매일 물자 반입을 할 방침인 만큼, 기지를 둘러싼 긴장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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