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 면전에서 "예산이 부족하면 재정을 늘릴 생각을 하는 게 상식적인데 3000억 원 영업이익이 초과되는 초 대기업의 세금을 왜 깎아준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직격했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 시작과 맞물려 강한 야당의 면모를 보인 셈이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이 대표 취임 축하 인사 차 국회를 방문한 한 총리에게 "혹시 총리님 생각이시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저도 동의를 좀 했다"면서 "세계가 법인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저희는 전체 OECD 평균에 못 가 있어서 하향 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가 "서민들 임대주택 예산을 줄여야 할 만큼 급한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한 총리는 "경제 성장을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 넘기고 정부는 민간을 지원하자는 생각 갖고 있고, 최근 임대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좀 적지 않나. 수요 때문에 줄일 수밖에 없는 방향은 전향적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본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논쟁하자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세금을 깎아줘도 서민 세금을 깎아줘야지, 양도소득세를 100억까지 면제하는 건 그분들에게 왜 세금 깎아줘야 하는지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거듭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그 돈으로 노인 일자리라도 만들어야지, 노인 일자리를 줄여 노인 스스로 길에 다시 나가게 하는 건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우실 거라 말씀드린 것"이라면서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깊은 고려를 다시 해주길 바란다. 야당의 존재 이유가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촉구했다.
한 총리는 "물론 서민,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해 배려를 최대한 하려 노력하는데, 전체적으로 주식시장이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상황에서 하향 압력을 받고 있어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게 제 판단"이라고 답했다.
통상적으로 원외 인사 예방 일정의 경우 공개 발언은 최대한 줄이고 비공개 환담을 진행하는 반면, 이 대표는 이날 고강도의 대정부 비판을 전부 공개 발언으로 소화했다. 공개 발언은 약 15분간 이어졌다. 이 대표가 "축하해주러 오셨는데, 제가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다"고 하자, 한 총리는 웃으면서 "너무 아픈 과제를 많이 말씀해주셨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멈추지 않고 "대통령은 국민 5200만 분들의 삶을 통째로 책임지지 않느냐"면서 "손길이 닿지 않는 어두운 뒷골목에선 누군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고민하는 엄혹한 어려운 환경에 놓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가계부채 이자율 올라서 극단적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그 분들한테는 30만 원, 50만 원도 목숨 줄"이라면서 "굳이 안 깎을 세금을 깎으면서 누군가에게 생계 위협을 암시하는 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다. 축하해주러 오신 자리에 공격적인 언사를 해 좀 그렇지만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 총리를 통해 정부에 대한 여러 당부 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권한이라는 건 잠시 보관하고 있는 위임받고 있는 남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정치인들이 그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결코 불공정이나 불균형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게 국정이 이뤄져야 한다. 혹시나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게 없는지 일상에서 잘 살피는 게 국민 주권자에 대한 책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검찰청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대한 비판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선거 때는 무슨 얘기를 못하냐'라든지, '공약 다 지키면 나라 망한다'는 식의 태도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께 드린 약속을 천금처럼 여기고 최대한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