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이 배출한 세계적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오는 내달 1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문신 탄생 100주년 '문신(文信): 우주를 향하여’ 특별전이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창원시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공동주최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조각, 회화, 공예, 건축, 도자 등 다방면에 걸친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 전모를 소개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의 부제 ‘우주를 향하여’는 문신이 다양한 형태의 여러 조각 작품에 붙였던 제목을 인용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주를 향하여’는 생명의 근원과 창조적 에너지에 대한 그의 갈망과, 내부로 침잠하지 않고 언제나 밖을 향했던 그의 도전적인 태도를 함축한다.
문신의 조각 작품은 단순한 선형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지 않는다. 특정 시기에 특정 형태를 집중해 제작하기도 했지만 1960년대 제작한 드로잉을 1980, 1990년대에 다양한 크기와 재료의 조각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특히 드로잉은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었던 문신의 예술 사상과 실천의 독특한 면모가 직관적으로 발현된 장르로서, 4개의 전시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를 담았다.
전시는 1부 '파노라마 속으로', 2부 '형태의 삶: 생명의 리듬', 3부 '생각하는 손: 장인정신', 4부 '도시와 조각'으로 구성된다.
'파노라마 속으로'는 문신 예술의 시작인 회화를 다룬다. ‘지금 여기’의 삶을 성찰하는 구상회화에서 생명과 형태의 본질을 탐구하는 추상회화로의 변화가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형태의 삶 : 생명의 리듬'은 도불 후 1960년대 말부터 그가 본격적으로 제작한 나무 조각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조각에서 형태를 가장 중시했는데 문신의 조각은 크게 구 또는 반구가 구축적으로 배열되어 무한히 확산되거나 반복되는 기하학적 형태와 개미나 나비 등 곤충이나 새, 식물 등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문신 조각의 모든 형태는 ‘생명의 리듬’, 즉 창조적으로 진화하는‘생명’또는 약동하는 ‘생명력’을 내포한다.
'생각하는 손 : 장인정신'은 브론즈 조각의 작품을 주로 이뤄진다. 작가는 같은 형태를 다양한 크기와 재료로 제작했는데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지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했다.
'도시와 조각'은 도시와 환경이라는 확장된 관점에서 조각을 바라본 문신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환경조각이라고도 불리는 야외조각과 체불 시절 작가가 시도했던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공원 조형물 모형’ 등 공공조형물을 소개한다.
이 작품들은 현재 사진과 드로잉만 남아 있어, 남겨진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은 VR로, ‘공원 조형물 모형’은 3D 프린팅으로 구현해 대중에게 최초로 선보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문신만의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고 삶과 예술이 지닌 동시대적 의미를 재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신(文信, 1922-1995)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귀국 후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조각가로 이름을 얻은 작가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흐름 안에서나 1950년대 중반 이후 전개된 한국 추상조각의 맥락에서도 이례적인 작가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일본 규슈의 탄광촌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아버지의 고향인 마산에서 보내고 16세에 일본에 건너가 일본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촉망받는 화가로 활동하던 문신은 1961년 불혹 무렵에 프랑스로 건너가 1980년 영구 귀국할 때는 조각가로 이름을 떨쳤다. 파리 체재 기간 동안 그는 ‘살롱 드 메’, ‘살롱 그랑 에 죈느 도주르디’ , ‘살롱 데 레알리테 누벨’ 등 당시 주요한 살롱에 초대받아 활동했다.
그는 귀국 후 마산에 정착해 지연, 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에만 몰두하다가 직접 디자인, 건축한 문신미술관을 1994년 개관하고 이듬해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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