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의 '좀비 빙하'가 녹으며 향후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관계 없이 해수면이 평균 27cm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배출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수면이 평균 78cm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에 29일(현지시각) 게재된 '그린란드 빙상 기후 불균형과 해수면 상승' 연구에 따르면 향후 온실가스 감축과 관계 없이 이미 진행된 온난화 탓에 그린란드 빙하 전체 부피의 3.3%에 해당하는 110조 톤의 빙하는 붕괴가 불가피해졌다. 해당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은 평균 27cm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소 전망값으로 만일 그린란드 빙하가 기록적으로 많이 녹았던 2012년 수준의 손실이 지속된다면 해수면은 평균 78cm까지 상승할 수 있다.
연구진이 불가피하게 녹을 수밖에 없다고 본 빙하는 여전히 두꺼운 빙상에 붙어 있지만 더는 빙원으로부터 눈을 보충 받지 못해 크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소위 '좀비 빙하'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그린란드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눈이 빙하 가장자리가 녹는 만큼 보충돼야 하지만, 최근 수십 년 간은 그 균형이 깨져 빙하가 녹는 양은 더 늘어난 반면 보충되는 양이 줄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2000~2019년 그린란드 빙하 손실과 만년설의 모양에 대한 위성 자료 분석을 통해 이러한 결론을 도출해 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윌리엄 콜건 덴마크 및 그린란드 국립지질조사국(GEUS) 선임 연구원은 <AP> 통신에 "그건 '죽은 얼음'이다. 이제 녹아서 빙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기후 (배출) 시나리오를 택하든" 이 얼음들은 녹을 수 밖에 없어 해수면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저자인 제이슨 박스 GEUS 교수는 현 상황은 "무덤에 한 발을 들여 놓고 있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모든 '좀비 빙하'의 손실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진 못했다. 다만 이번 세기 말에서 2150년까지는 손실이 나타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나온다. GEUS 보도자료에서 박스 교수는 이번 추정은 "매우 보수적인 최저치"라며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번 세기 안에 이 수치의 두 배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리처드 앨리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지구과학 교수는 <AP> 통신에 기온 상승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그린란드 빙하 가장자리와 대부분의 산지 빙하는 계속해서 질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은 "얼음 조각을 따뜻한 차에 넣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콜건 연구원은 "해수면 27cm 상승과 78cm 상승은 파리 협정 이행에 따라 달라진다. 피해를 최소화할 여지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해수면 상승폭은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해안 지역 주민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게일 화이트먼 영국 엑서터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연구 결과가 "해안가에 살고 있는 6억 명의 사람들에게 나쁜 소식"이며 "전세계 부의 1조 달러(약 1348조 원)가량을 위협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화이트먼 교수는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 적응과 피해에 관한 자금을 신속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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