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차량 청소 등을 담당하는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에서 폭행, 성희롱, 갑질 등이 지속적으로 자행되어 왔다는 증언이 제기됐다. 소장의 지시에 따라 술자리에 동행하지 않으면 무시와 냉대를 당하거나, 이유를 모른 채로 머리에 발길질을 당하는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당사자들은 주장했다.
<프레시안>취재를 종합하면 코레일테크 분당차량환경사업소 A소장으로부터 소속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행, 성희롱, 갑질 등 피해가 발생해 지난 22일 고용노동부에 진정서가 접수됐다. A소장은 같은 날 피해자들과의 분리조치를 위해 수서차량환경사업소로 자리를 옮겼다.
<프레시안>은 피해를 제기한 3명의 코레일테크 분당차량환경사업소 소속 노동자들을 만났다.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열차 차량의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노동자였다. 이들은 입을 모아 "항명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 노동자는 "소장 말이 곧 법이나 다름 없었다"며 코레일테크 분당차량환경사업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A소장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레일테크 본사 측은 "피해자와의 분리를 위해서 (A소장에 대한) 발령조치를 했다"며 "피해자 측의 요청이 있어서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테이블을 손으로 짚고 날아서 뒤통수를 내려찼다... 이유도 모른 채로 맞았다"
차량 청소를 20여 년간 담당해왔던 60대 남성 B씨는 2020년 10월 소장이 자신을 사무실로 불러서 갑자기 발길질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그날도 청소를 하고 있는데, 소장이 'OOO(B씨의 이름) 너 이 새끼 사무실로 들어와. 할 얘기 있으니까'라고 불렀다"며 "욕을 하면서 부르니까 겁을 먹은 상태로 소장실로 올라갔다"고 했다.
B씨는 "소장실로 올라가니 다른 팀 팀장과 A소장이 있었다. 자리에 앉으라고 해서 앉으니 갑자기 A소장이 한쪽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날아서 뒤통수를 두 번이나 찼다. '때려 죽이겠다'며 별안간 발차기를 했다"며 "다른팀 팀장도 말리지 않고 보기만 했다"고 했다. B씨는 "이유도 모른 채로 맞았고, 순간 소장과 싸우고 때려 치우려고 했는데 먹고 살려고 참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이 일을 했던 다른 동료가 A소장을 찾아가 '나를 그만 괴롭히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화풀이를 하려고 나를 불러다 발길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소장은 B씨가 속한 팀을 모두 불러모은 뒤 B씨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폭행을 한 사실을 밝히며 폭언을 하기도 했다. B씨는 "식당에 우리 팀 전 직원을 앉혀 놓고 소장은 'OOO(B씨의 이름)를 때려 죽여버리려고 했다'며 수화기를 내리쳤다. 나를 때린 것도 모자라 전 직원 앞에서 나를 무시하고 창피를 주었다"며 "전 직원들이 이 상황을 알고 있지만 소장의 말에 항명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소장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관련 사건으로 인해 "뜬 눈으로 일주일 정도를 보낸 것 같다"며 "A소장의 얼굴을 볼 생각에 출근하기가 싫고, 열 받고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A소장은 B씨에게 무리한 업무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B씨는 "6량 짜리 열차 막차를 혼자 3개월 동안 청소했다"고 했다. 열차 막차 청소는 열차 내 토사물과 같은 오물 청소를 해야하고, 늦게 끝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일로 꼽힌다. 그는 "2인 1조로 해야 하는 일인데 혼자 했다"며 "차량 기관사와 신호수가 '왜 혼자 막차를 타냐, 사고 나면 어떡할 거냐'고 했지만 감히 문제 제기를 할 수가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고 전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A소장은 코로나로 격리중이었던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폭행사실을 기억하냐고 물었다고 했다. B씨는 "A소장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 '코로나에 걸렸는데 괜찮냐'고 했다. 그런 전화를 할 사람이 아닌데 전화가 왔다. 그러더니 '자신이 때린 적 있냐'고 물었는데 코로나에 걸린 채로 정신이 없어서 아니라고 답했다. 이후에 한 번 더 전화가 와서 '자신이 때린 적 있냐'고 물어서 분명히 때렸다고 말을 하니 그 뒤로는 전화가 안 왔다"고 밝혔다.
B씨의 동료인 C씨는 B씨가 한글을 모르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A소장이 B씨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B씨가 얼굴이 엄청 창백해져서 툭 치면 금방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소장실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나 맞았어'라며 'A소장이 발로 자신의 머리를 찼다'고 했다"며 "B씨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한글도 모르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사람이라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가라고 권유했지만, 병원에 갈 사람이 아니다. 약을 사먹으라고 했는데 약 이름도 몰라서 '청심환'을 사먹으라고 가르쳐줬다. 그 정도로 세상 물정에 어둡다"며 "(회사 문화가) 이런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러지 못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나를 '여자친구'라고 불렀다... 술자리를 거부하면 '투명인간' 취급했다"
여성 노동자인 D씨와 E씨는 A소장으로부터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술자리 참석을 강요했고 그 술자리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하거나, "악수를 하자며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간질였다"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고 그들은 밝혔다. A소장은 술자리 동행을 거부할 시 이들을 냉대하고 무시하는 등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고 토로했다.
40대 D씨는 지난 2월 경 기간제 노동자로 코레일테크에 입사했다. 공무직 전환을 앞두고 불이익을 받을까 그간 A소장의 성희롱과 갑질을 참아왔다고 그는 밝혔다. D씨는 "소장은 인사권을 무기로 협박해왔다. '최종합격이 되도 공무직 시보 3개월이 있는데, 그 기간동안 내가 66점을 줄 수도 99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며 "내가 A소장의 손아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의 비위 하나에 합격할 수도 있고 불합격 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D씨는 "처음에는 소장이 밥을 먹자고 하더니, 나중에는 사적인 모임 자리에 데려가기 시작했다"며 "'제가 왜 그 자리에 가야 하냐'고 물으니 '여자친구라고 하면 되지'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어 "이후에도 술자리 참여를 강요했고 술자리에서 소장을 칭찬하고, 술을 따라주고 술을 받고 한마디로 '술 상무'로 소장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D씨는 "술자리 비위를 맞추면 다음날 해장국까지 사주면서 편하게 대해주지만, 술자리 동행을 거부하면 투명인간처럼 대했다"며 "술자리에 가서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D씨는 "소장의 제안을 거부하자니 보복이 두려웠다"며 "소장 말이 곧 법이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D씨는 또 A소장이 "자기 말에 말대꾸를 하면 '항명'이라고 표현했다"며 "그 분이 하는 말씀 중 '기지로 정중히 모시겠습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출퇴근 거리가 먼 기지(청소를 해야하는 차량이 있는 역사)로 보내버리겠다는 협박성 말을 노동자들에게 일삼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노동자인 E씨도 A소장이 청소 업무에서 행정 업무로 전환 기대감을 품게 하며 자신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E씨는 "현장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직원 중 젊은 여성 직원들에게는 행정 업무로 전환 시켜줄 것처럼 기대감을 심어주고 개인적인 술자리에 참석시켰다"고 했다.
E씨는 "개인적인 술자리를 갖거나 하면 '너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스킨십을 하기도 했다"며 "지하철 안에서 A소장이 악수를 한다며 손을 잡고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사람들 눈도 많고 눈치가 보여서 뿌리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또 한 번은 역사로 가는 길에서 마주쳤는데 거기서 또 악수를 청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간질였다"며 "스치는 잠깐 사이에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씨도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A소장에게 '항명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항명할 수 없었다"며 "소장은 자기 말에 문제 제기를 하거나 바른 말을 하면 '항명한다'고 표현했다"고 했다. 이어 "소장에게 인사권이 있고 (노동자들은) 다들 생계 문제가 있으니까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A소장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터뷰 거절하겠다"
A소장은 그러나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A소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사에 제가 감사를 요청해서 감사가 진행중이고 끝날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해 답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A소장은 "감사 결과에 따라 대응을 할 것이니 인터뷰는 거절하겠다"며 "감사가 끝나고 난 뒤 (피해를 제기한 노동자들에게)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니 사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테크 본사 측은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변명규 코레일테크 경영관리본부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수도권 지사에서 보고를 받았다. 지금 소장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소장을 다른 곳으로 발령냈다"며 "피해자와의 분리를 위해서 발령했고 (관련 내용을)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변 본부장은 "피해자 제보는 며칠 전에 접수가 되었고 조사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전수 조사를 예정 중에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 감사실에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코레일테크 노동자가 소속된 철도노조는 외부 기관을 통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식 철도노조 조직국장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이 일로 인해 피해자가 어떠한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며 "내부 감사가 투명하지 못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외부 기관에 감사를 요구했고,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요구했고, 분당 차량환경사업소만의 문제가 아니니 전수조사를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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