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시간, 한 달에 6일도 쉬지 못하는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노동착취와 노동탄압을 멈추라고 청년들이 나섰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대부분이 2030청년노동자로 알려지자, 또래 청년제빵노동자의 눈물이 담긴 빵을 먹지 않겠다고 불매에 동참했다.
파리바게뜨는 오늘날 노동문제의 종합백화점이다. 본사노동자와 파견업체 노동자의 임금차별과 승진차별, 하루 한 시간도 쉬지 못하고 휴가와 연차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쉼 없는 일터, 심지어 ‘민주노총 제로’가 회사의 목표인 반노동기업이 바로 파리바게뜨와 SPC그룹이다.
각자도생과 무한경쟁 논리 아래 차별과 착취가 정당화되는 시대. 정직한 땀의 대가를 부당하게 빼앗겨본 경험이 어떤 청년인들 없을까. 이미 빼앗김이 일상이 된 청년과 파리바게뜨 노동자가 서로에게 편지를 보내며 안부를 보낸다. 7월 4일부터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집단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시민들은 SPC제품 불매로 연대한다. 많은 관심과 연대를 바라며, 매주 편지와 답장을 함께 실어 전한다.
보내는 이: 김서희(건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권위원회)
지금도 투쟁하며 시민들의 지지를 기다리는 노동자분들께, 투쟁하는 노동자의 편에서 김서희가 박수호에게
그곳에 무사히 잘 계신가요?
SPC 본사 앞, 그 커다란 파리바게뜨 매장 건너편에서 진행 중인 농성을 응원하며 같은 연대자들과 함께 포스터와 부채를 나눠줄 때에도 거창하거나 자랑스러운 행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우리가 누군가에 맞서서, 그 부당함에 화가 나서, 개개인이 행동하는 선택일 뿐, 그것을 사람들이 따르거나 알아주지 않더라도 탓하거나 질책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나이터울이 많이 나는 친동생이 현재까지도 포켓몬빵을 좋아하기도 했고 편의점 앞에서 줄을 서보며 가족 간의 추억도 쌓았기 때문에 그 인기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생일 때 구매하는 케이크조차도 흔히 계열사 제품을 사먹었습니다. 최근에도 다양한 할인 행사로 SPC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노동자들의 논쟁은 잊혀지고 있지요.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서 언론의 힘과 영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습니다.
분명 정치적인 개입과 노총에 향한 따가운 시선들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뜯어내야 할 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볍고 자극적인 순간에 익숙한 가십거리만을 쏟아내고 클릭하는 언론 속에서 SPC의 심각성은 강조되지 않겠죠. 우리의 편지 릴레이도 적극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지지를 받을 대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베스킨라빈스,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 모두를 외면하고 그 음식들의 대체품과 함께 노동자들의 편에 서겠습니다. 홍수와 폭염에 몸 다치실 일 없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투쟁하는 노동자의 편에서, 김서희
보내는 이: 박수호(파리바게뜨 집단단식 참여자, 파리바게뜨지회 대의원)
땀흘린 만큼 보상받는 세상을 꿈꾸는 제빵노동자 박수호가 김서희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파리바게트에서 일하는 제빵 노동자 박수호입니다.
임종린 지회장님의 뒤를 이어 다른 간부님들과 함께 집단단식을 시작했다가 26일차에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하게 되고, 치료와 요양 후 한 달여 만에 가족들 곁으로 돌아온 중년의 가장이랍니다. 요즘 단식 기간 중 식구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요리들에 도전하고 있는데 결과물이 영 신통치가 않네요. 애써 만들었는데 입맛 까다로운 9살 아들내미에게 외면받을 때가 많습니다.
젊은 나이에 우리들의 문제에,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져주고 참여해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서희님은 부당함에 화가 나서 하는 개개인의 행동일 뿐이라고 하셨지만 그런 관심과 참여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고 세상을 바꾸게 되는 것이니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다들 경쟁속에서 혼자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칠 때 나 혼자가 아닌 내 주변, 우리들의 일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은 정말 멋지고 존경받을 일이에요!
한 편에선 수백개의 시민단체가 불매선언을 하고 한 편에선 포켓몬 관련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참 안타깝지만, 그래도 서희님과 같이 우리를 지지해주시는 수많은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 희생에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고, 이 길이 옳은 길이라는 확신을 얻습니다.
서희님의 말씀처럼 단식이나 집회 참여 같은 지금 우리 개개인이 하는 일들이 아주 거창한 일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작은 관심과 행동이 함께 모여 큰 물결을 이루고 결국엔 세상을 바꾸게 되는 거 겠죠.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점 하나 보탠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한 걸음 전진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땀흘린 만큼 보상받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박수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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