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 범위를 크게 넓히는 관련 규정 개정안이 마련됐다. 법무부 시행령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막는 이른바 '검수완박'에 대응하겠다는 한동훈 장관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법무부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2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직접 브리핑했다.
핵심 골자는 검수완박에 대한 정면 대응이다. 오는 9월 10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그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 적용되던 검사의 직접수사권 대상이 부패·경제 범죄로 대폭 축소된다.
이에 관해 법무부는 '부패·경제' 범죄를 재정의해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을 명확히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개정되는 검찰청법상 중요 범죄 예시에서 삭제되는 공직자·선거 범죄 가운데 부패·경제 범죄 범위에 포섭되는 중요 범죄는 부패·경제 범죄로 재분류한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그 예시로 법무부는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을 부패범죄의 전형적 유형으로 분류해 검사가 수사 가능한 대상으로 규정했다.
선거범죄 가운데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도 부패범죄로 규정했다. 마찬가지로 방위산업 범죄 역시 "여타 산업기술·영업기밀 침해 범죄와 마찬가지로 경제 범죄의 성격을 지니므로 '경제 범죄'로 규정"한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관련법이 개정되더라도 해당 범죄 유형에 관해서는 검사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법무부는 "하나의 죄가 여러 범죄의 성격을 가져 두 가지 이상의 범죄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부패·경제범죄 외의 유형에 속하는 범죄도 그 성격에 따라 부패·경제 범죄로 재분류한다"고 전했다.
검사의 마약류 관련 범죄 수사 권한 역시 유지된다. 현행 시행령은 '마약류 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의 소지·소유 범죄'로 검사의 수사 대상을 제한했으나 법무부는 단순 소지 및 투약 등을 제외하고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를 경제범죄로 규정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마약 유통과 관련한 범죄는 불법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형적인 경제범죄"라고 재규정 이유를 들었다. 또 "수사권 조정 이후 마약범죄 단속 인원이 감소하는 등 국가적으로 마약 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범죄 가운데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도 경제범죄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경우 보이스피싱, 조폭 범죄 등 대부분 조직범죄가 사실상 검사의 수사 대상이 된다.
위 내용을 포괄하면, 결국 검수완박의 핵심 취지는 사실상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범죄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실상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이 축소될 여지는 짙지 않다.
법무부는 해당 대응의 취지로 "현행 시행령은 합리적인 기준 없이 검사 수사개시 대상인 중요 범죄를 과도하게 제한"해 "국가 범죄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치사건 관련인지 범위도 합리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제한"해 "새로운 혐의 발견시 검·경간 '사건 핑퐁'이 불가피"해지는 점도 고려해 "사건관계인 등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체계에 맞게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시행령 내용을 보완"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법무부는 아울러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중요 범죄'에 기존 부패·경제범죄에 더해 '사법질서 저해범죄'와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포함하기로 했다.
무고·위증죄 등을 '사법질서 저해범죄'에 포함해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또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무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없는 현행 법령의 구조적 문제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는 중요 범죄의 유형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부패·경제범죄 범위를 재정의해 사실상 검수완박을 무력화한데 더해,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오히려 더 넓히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같은 시각에 관해 법무부는 "이는(사법질서 저해범죄,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한 범죄) 전체 국가사법질서 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능에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수적 범죄 유형"이라며 "개정법의 취지를 넘어 (검사의) 수사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하는 규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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