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뉴욕주 검찰청사에 출두했다. 가족 기업인 트럼프 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과 관련 수사 때문이다.
지난 8일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퇴임 후 거주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에 이은 연이은 수난인 셈이다. 전직 대통령 거주지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트럼프는 이날 4시간 동안 계속된 검찰 수사에서 오직 하나의 질문에만 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는 질문을 제외한 모든 질문에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인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트럼프 개인 변호사인 로날드 피세티가 밝혔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호텔과 골프장 등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축소하면서 은행 대출을 받을 때는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장녀 이방카 트럼프도 지난주 검찰의 심문을 받았다. 이 문제를 3년 넘게 수사 중인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그룹의 행위가 사기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뉴욕주 검찰은 민사 사건으로 이 사안을 다루고 있지만, 맨해튼 연방지검은 이를 형사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개인 성명을 발표해 "인종차별론자인 뉴욕주 검찰총장을 만나게 됐다"며 "나는 수정헌법 5조에 따라 검찰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흑인 여성인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을 "인종차별론자"라고 부르면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대다수인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트럼프는 FBI의 압수수색에 이은 검찰 출두를 모두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그는 "큰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와 클린턴은 결코 수색을 당하지 않는다"며 "나를 향한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9일 "우리는 부서지지도,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2024년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또 정치자금 모금 이메일에선 "불법, 정치적 박해, 마녀사냥을 폭로하고 막아야 한다"며 모금을 독려했다.
"전직 대통령 감옥 보내고도 평화적 정권교체 이룬 한국에 주목해야"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수사와 관련해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지만,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전례가 화려하다"며 전직 대통령의 사법 처리와 평화로운 정권 교체의 사례를 한국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미국, 전직 지도자 수사하는 민주국가에 합류'라는 제목의 칼럼은 트럼프의 압수수색에 대해 강도 높게 반발하는 트럼프 지지층에 대해 "우파 언론에 풀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느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전직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미국에서만 유독 어려웠으며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드문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WP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토대를 전혀 위협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처럼 격분된 정치적 현장의 양극화의 온상이 되는 대신, 한국은 부패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폭풍을 간신히 이겨내고 보수에서 진보, 다시 보수로의 정권 교체를 평화로운 민주적 질서로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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