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칼럼을 공유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박민영 대변인의 페이스북 글에 '분노'했다는 내용을 두고 "눈을 의심케 하는 증언"이라며 윤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져 가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4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尹 대통령, 참을 인(忍) 자 세 번만 쓰길"이라는 글을 공유하면서 양상훈 주필이 '대통령이 박민영 대변인의 논평에 분노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을 두고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다. 박민영 대변인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면 상당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양상훈 주필은 "필자는 이 사태의 시작은 국민의힘 박민영 청년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이라고 짐작한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윤 대통령이 지난 7월 5일 출근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답한 데 대해 박민영 대변인이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을 지적했다.
이어 양 주필은 "필자는 정치를 오래 취재했지만 여당 대변인이 자기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 봤다"며 "대변인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 언론인이 아니다. 당의 방패이자 창이다. 더구나 자기 당 대통령의 문제라면 무조건적인 방어 대상이었다"고 지적한 후 "자기 당 대변인에게 초유의 비판을 당한 윤 대통령 심정이 어떨지 생각해봤다. 분노가 클 것이라고 짐작돼 주위에 물어봤더니 사실이라고 한다. 자기편에게 등을 찔린 기분일 테니 누구든지 격노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가 대통령이 위험해지는 지점"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증언'은 "(박민영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윤 대통령의)분노가 클 것이라고 짐작돼 주위에 물어봤더니 사실이라고 한다"는 부분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눈을 의심했다", "유감"이라고 하면서 "저는 대표 취임 이후 대변인단이 쓰는 어떤 논평에도 이걸 쓰라는 이야기, 저걸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제 그 철학은 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고 깨지지 않은 원칙"이라며 "박민영 대변인은 59초 쇼츠공약을 만들기 위해 대선기간중에 불철주야 노력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너무나도 원했던 사람이다. 대선 이후에도 당당하게 경쟁 선발로 우리 여당의 대변인 자리를 맡은 사람이다. 대선이라는 전장에서 논리로 치열하게 방송에서 상대와 맞붙었던 선무공신이고, 후보 옆에서 심기경호하고 다니던 호성공신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화살을 윤 대통령에게 돌려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이 발언은 나와서는 안되는 발언이었다"고 박민영 대변인의 주장을 옹호했다.
이 대표는 "이 발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상에 잡혔지만 강인선 대변인이 이 발언에 대해 언론인들에게 해명하거나 보충하는 모습보다는 발언직후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며 "강인선 대변인은 할 일을 하지 않았고, 박민영 대변인은 할 일 이상을 용기와 책임의식을 갖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할 용기도, 뭔 일이 난 상황에서 이것을 교정하겠다는 책임의식도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준석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윤리위 중징계 결정,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문자 파동에 이어, 최근 비대위 전환에 따른 당대표 해임까지, 일련의 국민의힘 내분 사태가 이 대표의 측근 박민영 대변인의 '대통령 비판' 글에서 촉발됐다는 해석으로 이어지면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강인선 대변인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양 측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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