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외교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등을 통해 배상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외교부가 지난달 26일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특별 현금화 명령 재항고심에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의견서를 통해 피해자들이 배상받는 것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부는 민사소송규칙에 따라 대법원에 제출한 해당 의견서에 "한일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라며 "민관협의회는 이러한 노력을 경주하는 차원"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가 밝혔다.
이 당국자는 "외교부는 관련 규정인 민사소송규칙에 따라 지난 26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후 원고 및 피해자 측에 내용을 설명드렸다"며 "피해자 분들에게도 의견서 제출 사실 및 내용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의견서 제출에 대해 시민모임은 "사실상 대법원에 특별현금화 명령에 대한 재항고 결정을 미뤄 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교부는 2차례 의견서 모두 이 규정을 근거로 제출하면서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하고 피고인 일본 기업에 힘을 보탰다"며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지난한 권리 실현에 재를 뿌리는 행위이며 사법제도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외교부가 제출한 의견서는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소송과 관련한 것인데, 이들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에 따른 배상을 이행하지 않자 국내에 있는 해당 기업의 상표권 2건, 특허권 2건에 대해 강제 매각인 '현금화' 명령을 내려달라고 소를 제기했다.
1,2심 모두 피해자 측이 승소한 상황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4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일반적인 재판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대법원 판결이 9월 중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현금화를 막고자 지난 7월 4일 피해자 측과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한 민관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협의회에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고 재항고 판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되면서, 외교부는 일본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강제 매각을 막기 위해 대법원에 이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명령의 판결이 내려진지 곧 4년이 지나는 상황 속에 해당 일본 기업의 협조가 없는 이상 피해자들이 원하는 방식의 배상은 어려울 수 있어, 강제 매각이 실제 실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민모임은 "피해자들이 일본에 강제동원을 당한 1944년 5월 이후 78년이 흘렀고, 원고 양금덕 할머니의 경우 1992년 첫 소송 참여를 시작으로 무려 30년이 흘렀다.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비로소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고 수차례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판결 이행을 요구했으나 미쓰비시는 이를 거부했다"며 현 상황의 책임은 미쓰비시 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9년 3월 압류 신청 등 강제집행 절차를 개시한 지 3년이 훨씬 지났다.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방해와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치밀한 지연 전술로 집행절차는 계속 지연됐다"며 "통상 절차에 비춰 권리 실현이 눈 앞인 상황에서 외교부는 의견서를 제출, 절차를 더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모임은 대법원에 "외교부의 의견서에도 불구하고, 신속·적법하게 강제 집행 절차를 이행하라. 그것이 법치주의이고, 법원의 존립 근거"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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