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19년 동료 16명을 살해한 이후 남한 군에 의해 나포됐다가 북한으로 보내진 어민들에 대해 남한 법정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이들이 법정에서 살해 자백을 뒤집으면 처벌할 수 없으며 그럼에도 이들을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권영세 장관은 살해 혐의를 받는 북한 어민들을 남한에 받아들여서 재판정에 세웠는데 자백을 뒤집으면 어떻게 되냐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자백을 뒤집으면 달라지게 되겠죠"라고 답했다.
권 장관은 "모든 범죄가 증거를 인멸하고 자백을 뒤집으면 처벌하지 못한다"라며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활개치고 다닌다고 그걸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막아야 하나"라며 재판을 해도 이들이 처벌받지 않을 수 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들을 남한 국민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이는 남한 법정에서 처벌이 가능하다는 기존 권 장관의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발언이다. 그는 지난 7월 22일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두 사람이 서로 (살인을) 자백하지 않았나. 수사기관에서도 그 입장을 견지해 자백했다면 서로의 자백이 보강증거가 돼 처벌할 수 있었다"며 "어선에서 혈흔까지 발견한다면 얼마든지 보강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들이 지난 2019년 합동신문단계에서 자백한 대로 법정에서도 같은 내용의 자백을 한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자백이 바뀌면 처벌이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살해 피해자가 북한 주민이고 증거도 모두 없앤 상황에서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백이 사실상 유일한 근거인데, 이전 자백을 인정하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이들이 법정에서 이전과 같은 내용의 자백을 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들을 남한 법정에 세울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지만, 설사 법정에 세운다고 해도 처벌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그간 탈북자의 입국 전 중대범죄에 대해 이를 조사하는 국정원이 단 한 차례도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날 윤건영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 합동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입국 전 중대 범죄자는 총 23명이었고 이 중 살인 관련 혐의가 있는 탈북자는 총 6명"이었다며 "이들의 범죄에 관한 국정원의 수사 의뢰가 있었는지에 대해 국정원은 '확인된 범죄에 대해 수사 의뢰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의원실은 "국정원은 범죄 혐의가 확인되었음에도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합동신문의 근거 법규와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이를 수사 의뢰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은 "살해 당한 16명 피해자는 시신도 사라져 본인이 진술 바꾸면 처벌이 불가능한데도, 정부여당은 자신의 희망섞인 이야기로 흉악범 추방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례도 없는데 북송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 자체가 논리도 근거도 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북한 어민 송환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 스스로 신뢰를 잃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에도 또 다시 이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논리적으로도 준비되지 않은 억지 '북풍 몰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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