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진보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AMLO 암로) 후보가 50%대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파라메트리아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로는 53∼59%를 득표해 당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경쟁후보였던 중도우파 국민행동당(PAN)·중도좌파 민주혁명당(PRD)의 연합후보인 리카르도 아나야(38)는 19∼25%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집권당인 중도우파 제도혁명당(PRI)의 호세 안토니오 미드(48)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14∼20%에 그쳤다.
콘술타 미토프스키의 출구조사에서도 암로의 예상 득표율은 43∼49%였다. 다른 여론조사기관들도 암로가 2위와 최소 20%포인트 이상 표차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나야와 미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하며 암로의 성공적인 국정수행을 기원했다.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부정부패, 폭력, 불평등에 염증이 난 멕시코 민심은 89년 만에 보수 우파에서 중도 좌파로 정권을 교체하게 된다.
멕시코에서는 1929년 제도혁명당(PRI) 창당 이후 무려 89년간 우파 보수 성향 PRI와 국민행동당(PAN)이 장기집권했다. PRI는 77년간, PAN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각각 집권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암로가 1980년대 이후 멕시코에 등장한 첫 좌파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 PRI 소속이지만 좌파 성향으로 평가되는 일부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기도 했다.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암로는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 노동자당(PT) 등 중도좌파 정당으로 이뤄진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연대의 통합 후보다.
암로는 2006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했다. 그는 1976년 정계에 진출한 뒤 42년간 정치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 정치인으로, 민족 우선주의 성향과 거침없는 언사로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 비유되곤 한다.
암로가 미국과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무역, 이민, 국경장벽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 공공안전부 설립, 군대의 치안 기능 폐지, 독립 검찰청 설립, 근로자 급여 상향 추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청빈과 나눔을 강조하기 위해 대통령 급여를 절반으로 삭감하고, 가능하면 대통령궁 대신 자택에서 거주하겠다고 공언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정권의 친시장 개혁이나 민영화 정책 재검토, 청년층의 고등교육·직업교육 접근 확대, 노인 연금 증액 등 서민층을 사로잡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날 대통령 외에 상원 128명, 하원 500명, 멕시코시티 시장과 8개 주 주지사, 1천600명의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총 3천400여 직위를 선출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8천900만 명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르면 이날 밤 전체 투표 중 일부 투표를 표본 추출해 산정한 예비 당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당선인은 개표가 끝나는 수일 내에 확정된다. 당선인은 오는 12월 1일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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