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하천형 습지인 화포천습지는 경남 김해시 한림면과 진영읍에 걸쳐 있다. 하천형 습지란 평소에는 하천변의 빈 터지만 홍수가 지고 바닷물이 만조에 역류하면 그 불어난 물을 머금고 하천을 포함해 전체가 습지로 변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진 습지를 말한다. 화포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 가운데 하나로 김해 대암산에서 발원해 진례면, 진영읍, 한림면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지난 2020년 화포천 총연장의 3분의 2 가량인 중하류 13.84㎞ 구간이 지방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승격됐다. 이 국가하천의 중류에서 하류에 이르는 8.4km의 구역에 형성된 하천형 습지가 화포천습지다. 8000년 전 낙동강의 역류와 홍수가 만든 하천형 습지라는 독특한 생성사에 값할 만큼 화포천습지는 놀라운 생태적 풍요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 습지에 사는 생물종은 812종에 달하고 그 중 멸종위기생물 13종과 5종의 희귀식물이 포함된다. 2017년 화포천습지는 국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이어 2018년에는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된 뒤 2021년에도 재지정을 받았다.
화포천습지의 역사가 처음부터 꽃길이었던 것은 아니다. 낙동강 대부분의 지류 유역이 겪었던 일이지만 화포천이 흐르는 진영읍과 한림면 일대도 농업지대와 공업지대가 교호하는 곳이다. 공장들이 하천 곁 논밭 사이에 자리를 잡으면 피하기 힘든 것이 오염이다. 2000년 전후로 농업지대 중간에 자리를 잡은 공단의 오폐수가 화포천에 유입됐다. 흘러든 산업쓰레기와 생활쓰레기들도 천변에 퇴적됐다. 화포천 정화와 습지의 부활을 이끈 것은 지역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김해시청 등 자치단체, 퇴임 후 귀향해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등 생태농법 확산을 불러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지역사회 공동의 노력이었다. 하천의 쓰레기를 치우고 농공단지의 오폐수 유입을 막는 등 화포천과 화포천습지를 정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2010년 한림배수문 공사가 시작돼 2013년 완공됐다. 이로써 지역주민들이 걱정하던 홍수 시 침수 피해 걱정을 덜게 되자 지역 시민사회와 자치단체는 2007년 1차 시도 시 침수 피해를 우려하는 지역주민들의 우려로 중단됐던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재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보호구역지정을 바라는 지역의 민심에 역행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화포천변에 사유지를 가진 이가 농업체험과 캠핑장을 결합한 시설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8개 시민사회단체가 '습지보호 행정과 관광·건축 행정의 엇박자를 비판'하고 '습지보호를 위한 사업 철회를 요청'하고 '지역 시민사회의 관심을 호소'한 끝에 막아냈다. 2017년 화포천습지는 국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받았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정진영 사무차장은 "지정 이후 화포천습지는 더욱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경관적으로 우수한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이 습지를 살려냈고 친환경농법과 시민참여로 습지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화포천습지의 존재 덕분에 이 지역은 2018년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됐다. 화포천습지 자체가 지역 관광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이제 화포천습지는 그 생태적 우수성과 경관으로 지역사회를 돕고 있다. 사람은 습지를 살리고 습지는 사람의 살림을 돕는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습지의 현명한 이용이란 희생이 아니라 모두의 슬기로운 생존을 돕는다는 증거가 화포천습지에 있다.
화포천습지에서 날아오른 왜가리가 높이 솟구쳐 선회하면서 습지 서쪽 퇴래뜰로 날아 내린다. 물둠벙이 곳곳에 자리한 그 무논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이들이 보인다. 퇴래뜰 농수로에는 낚싯대를 걸쳐두고 붕어를 잡는 이들도 있다. 농약 없는 농사가 습지보호구역과 공존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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