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 대상 간담회를 가진 박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는 과학적, 객관적 관점에서 안전하고 또 국제법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분돼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일 간 양자협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니터링 작업에 계속 참여하면서 이 사안과 관련해 투명한 검증과 정보 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출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이날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트리튬을 포함한 처리수의 해양 방출에 대해 필요한 설비 등을 포함한 도쿄전력의 계획을 인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부는 당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대응회의를 열어 △해양방사능 감시체계 확대 △항만·연안 및 연·근해의 해수·해양생물·해저퇴적물에 대한 방사능(세슘, 삼중수소 등) 모니터링 확대·강화 △수입수산물 유통이력 신고 및 원산지 단속대상 어종 확대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된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박 장관은 "민관협의회를 통해 피해자를 비롯한 당사자, 학계, 언론계, 경제계 전문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구체적 해법이 나올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중요한 것은 일본 측에서도 이러한 노력에 대해 나름대로 상응하는, 성의있는 호응 조치가 있어야 이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달 중순 일본에 방문했을 때 "일본에 있는 정계 지도자들에게 그런 뜻을 전달해드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 등에게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이른바 '칩4'와 관련 박 장관은 "언론에서 동맹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고 개발하는 국가들 간 대화하기 위한 협력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박 장관은 "한국은 메모리반도체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고 해외시장에서 많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반도체의 원천기술을 가진 국가고 일본, 대만 등도 반도체 공급망에 많은 관심 있다"라며 "이런 네 나라가 모여서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인재 양성, 연구개발 등을 협의하기 위한 협의체로서 일단 출발하자고 제의가 들어온 상태"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한국 입장에서는 아직 결정 내린 것은 없다.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지, 부담되는 부분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을 내려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칩4'에 참여하는 것이 중국과 관계를 껄끄럽게 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상당량의 반도체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박 장관은 "중국도 역시 반도체를 생산도 하고 수입도 하는 나라"라며 "중국과도 이런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칩4'에 들어간다고 해도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한국의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판단하고, 또 그것이 관련된 국가들에도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중국이 이에 대해 오해한다면 사전에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 기울일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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