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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한반도, 대결 아닌 평화에 대해 논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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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한반도, 대결 아닌 평화에 대해 논의할 때

[기고]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입문서 <평화학 개론>

평화만큼 인류의 오랜 그리고 영원한 숙원이 또 있을까?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미 설파했듯이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바라마지않는 평화인 만큼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 또한 각양각색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서로 다른 의미와 형태의 평화가 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평화는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또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평화는 까마득히 멀고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막상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면 막연하고, 부재(不在)로서 그 존재를 드러낼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우리에게 평화는 늘 가깝고도 멀고,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세계에서 평화가 가장 절실한 곳 중의 하나이지만 평화를 공부하는 개론서가 이제야 나온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평화를 쉽게 그러면서도 요모조모 낱낱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친절한 평화 길라잡이이다. 평화의 개념과 영역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평화의 실천을 위한 제언에 이르기까지 평화를 입체적으로 소개함으로써 평화에 관한 우리의 사고를 시·공간적으로 넓혀준다.

평화의 시작, '평화를 아는 것'

▲ <평화학 개론> 김연철·서보혁·황수환 지음, 박영사 펴냄, 2022. ⓒ박영사

저자들은 '평화는 무엇인가?'에서 시작하여 '평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이르기까지 과거에서 현재를 아우르고, 한반도로부터 세계를 넘나들며 우리를 평화학의 핵심 주제들로 안내해준다.

교황 바오로 6세가 「제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1970년)」를 통해 언급한 바와 같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평화를 알고 인식하고 원하고 사랑"해야 한다. '평화를 아는 것'의 중요성은 통합적 인격교육론을 주창한 토마스 리코나의 강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도덕성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의 하나로 '도덕적으로 아는 것(moral knowing)'을 제시하면서 그 하위 요소로 '도덕적 가치들에 대한 지식(knowing moral values)'을 포함시키고 있다.

평화에 이르는 멀고 험한 길은 '평화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지난한 여정의 시작에서 저자들의 능숙하고 친절한 안내는 정치군사적·사회경제적 평화에서 생태 평화, 제도적 평화를 망라하는 여러 층위의 평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 더하여 저자들은 평화의 주요 구성 요소로 '공감'과 '공존', '공영'을 역설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로써 우리는 인류의 영원한 이상이자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로서 평화를 만들어갈 준비를 갖추고 그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평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런데 과연 '우리는 평화를 만들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사태나 기후위기 등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는 분명 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염원하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청사진의 제안은 이 책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외교와 협상, 군축, 비폭력과 반차별, 기후정의, 진실규명과 화해를 평화를 실현하는 방법들로 소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넘어 세계 평화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평화는 "개인, 집단, 국가, 지역 등 여러 영역에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자기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면서 다른 지역과 영역이 서로 함께 연대할 때 달성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평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실천 가능한 영역에서부터 하나씩 평화를 실현시킬 때 가능"함도 알 수 있다.

세 저자들은 관련 정책결정과 평화연구를 겸해온 실천적 학자들이로서 평화서를 쓰는데 손색이 없다. 다만, 앞으로 개정판이 나올 때 평화 어젠다로 젠더와 다양성 면에서, 접근 방법에서 개인과 내면,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시각이 보충해주길 기대해본다.

결국 평화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고, 우리에게는 협력을 통해 평화를 만들고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인의 손으로 첫 선을 보인 평화학 개론서가 한반도 안팎에서 평화가 위협받는 현실을 성찰하고, 우리가 할 일을 찾고 각자의 역할을 다짐하는데 디딤돌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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