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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3분지대계, 대전환의 시기, 대전환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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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3분지대계, 대전환의 시기, 대전환의 정치

[3등이 이긴다. 한국정치 3분지계] ①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가 한국 정치에 던지는 뮤지스땅스 이야기

"삼등이 편하다. 일등과 이등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는 게 최고다."(<어떤 어른>(윤춘호 지음, 개마고원 펴냄) 중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가수 최백호의 생활 철학이다. 최백호의 아버지 최원봉은 열혈 청년 정치인이었다. 2대 총선인 1950년 5.10 선거 당시 28세의 나이로 부산 영도에서 이승만 정권을 비판하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불과 다섯 달 만에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임을 당했다. 자동차가 드문 때였고, 이승만의 정치 테러와 암살이 일상이었던 때였다. 박봉의 초등학교 교사로 어렵게 3남매를 키우던 어머니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 어머니에게 바친 노래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최백호는 지독하게 가난했고, 그의 청년 시절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최백호는 건강도 좋지 않았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었다. 갈 곳도 없었다.

우연히 노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랜 무명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비로소 <낭만에 대하여>가 김수현 드라마에 나오면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더 노래를 잘한다. 세월이 더할수록 더 득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이상한 가수다. 최백호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마포 아현동에서 한국음악창작소를 운영했다. 무명가수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곳이었다. 그는 이곳을 뮤직에 레지스땅스를 더해 '뮤지스땅스'라고 이름 붙였다.

* 1950년 대한민국 제2대 총선거인 5.10 선거에서는 사실상 초대 이승만 친일친미정권을 붕괴시키는 투표 주권의 혁명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전체 의원 210명 가운데 이승만의 대한국민당은 겨우 2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야당인 민주국민당도 24석이었다. 무소속 당선자는 전체의 60%인 126명이나 되었고, 1948년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해 총선거에 불참했던 남북협상파와 중간파도 다수가 당선되었다. 대통령 간선제였던 당시의 헌정 체제에서 이승만은 사실상 대통령에 재선될 수 없었다. 6.25 당일 아침에도 이승만은 한가롭게 경회루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런 식물 대통령 이승만을 살려낸 것이 다름 아닌 김일성과 박헌영 주도의 6.25 한국전쟁이었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은 수많은 대한민국 주권자들

2022년 지금 여기 한국에는 내 마음 갈 곳을 잃은 수많은 주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지지율은 30% 이하로까지 떨어질 기세다. 그를 찍은 사람이건 찍지 않은 사람이건 진심으로 심각하게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유가와 환율,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경제위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기후 위기 폭탄과 식량 위기 폭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러, 미-중 갈등 등등 풍전등화의 정치경제 위기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치와 정책은 무대책의 무능을 날마다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정권을 만들어낸 일등 공신은 다름아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그 자체였다.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7대 3의 비율로 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주었다. 2020년 총선에서는 위성정당이라는 후안무치한 꼼수를 부렸음에도 180여 석에 달하는 의석을 몰아주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인민을 위해 개혁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다. 부동산 문제를 비롯하여 검찰 개혁과 남북 관계에 이르기까지 자신있게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무능한 것은 국민의힘과 오십보백보였다. 인사 참사도 도진개진이었다. 그들도 인민들과 거리가 먼 기득권이긴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가 지난 6월 지방선거의 국민의힘 7대 3 압승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사를 보면 반성과 성찰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민주당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당권을 향한 '어대명'과 '반명연대' 등등의 여의도 패거리 정치 논의만 있을 뿐이다. 여당인 국민희힘도 당원과 일반 시민이 참여해서 선출한 당 대표를 몰아내고 오직 당권투쟁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민생, 민생, 민생을 챙기겠다는 달콤한 말만 끊임없이 반복하는 녹음기를 틀어놓고 말이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7월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도크) 화물창 바닥에 스스로 용접한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대우조선 하정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청 노동자 유최한(40세)은 가로, 세로, 높이 1m의 0.3평 철구조물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시너통과 함께 스스로 그 안에 들어가 자신을 가두고 용접해버렸다. 그가 철창 밖으로 내민 손팻말의 구호는 이렇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이들의 요구는 임금 30% 인상이다. 숫자만 보면 이 사람들이 제 정신인가 싶다. 그러나 조금만 더 속내로 들어가보면 이들의 처절한 현실이, 아니 1천만에 육박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이, 아니 한국의 대다수 인민들의 슬픈 삶이 오히려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들은 조선업 불황이 닥친 2015년 이후 30%나 임금이 깍였다. "임금과 상여금은 깎인 채로 유지됐고, 사람은 나가고, 사람이 부족한 채로 일하니까 업무 강도가 올라가고, 일이 힘들어지니까 사람이 다치고, 다칠 때마다 회사는 모른 척한다." 유최한의 말이다. 알바하는 사람들이 '왜 조선소 다니냐'고 조롱에 가까운 말을 던질 지경이란다.

지금 조선업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21년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전해보다 무려 2배나 올랐다. 2022년 상반기 또한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거의 절반을 한국 조선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배를 만드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은 육칠년 전 그대로다. 국내 조선업계가 다시금 축포를 울리는 사이에도 삭감된 임금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30% 인상해서 다시 원상복구해보았자 그래도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유최한은 하소연한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임금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을 지키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프레시안> 7월 19일 자 '0.3평 철장에 자신을 가둔 노동자 "살 길을 열어달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돈 몇 푼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이 상황을 바꿔야 되는 것"이라는 농성노동자들의 결의에 찬 목소리를 듣고 나는 가슴이 섬뜩했다. 그건 반세기 전 전태일의 말이었다. 35년 전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함성이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 정권은 몰락했다. 뒤이어 전국의 노동자들이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파업과 농성을 벌였다. 7, 8월 노동자 대투쟁이었다. 8월 22일, 지금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가슴을 맞고 유최한의 선배인 대우조선 파업 노동자 이석규가 사망했다. 이석규 열사 장례식 현장에는 훗날 대통령이 된 노무현 변호사도 있었다.

나는 역사는 늘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절대로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더 어이없는 희극으로 더 아픈 비극으로 다시 인민들 앞에 나타난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곧바로 청와대 행정관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윤핵관 권력자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을) 내가 추천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잘 알던 사이"라며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갔는데 뭘 그거 가지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관련 기사 : <한겨레> 7월 18일 자 '권성동, 2030 놀림감으로…"축! 공무원 합격은 권성동!!!"')

▲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적채용' 의혹 관련 패러디. 트위터 갈무리.

관직 약탈의 선거정치,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할까

한국 정치는 1등과 2등의 싸움이다. 1등과 2등의 싸움은 늘 최고의 관심을 끌게 만든다. 이른바 보수-진보로 나뉜 거대 양당은 늘 싸운다. 국회는 수시로 개점 휴업이었다가 문을 열면 또 싸운다. 때로는 시청자들인 인민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인지 개그같은 몸싸움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재벌과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법과 제도는 후다닥 순식간에 통과시킨다. 반면 노동자와 농민 등 대다수 인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법과 제도는 시간만 질질 끌다가 슬그머니 폐기해 버린다. 한국의 양당 체제는 적대적 공존의 전략 아래 늘 이런 방식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켜 왔다. 민주화운동의 극히 일부 엘리트들조차 이들 기득권 세력에 편입되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청와대와 행정부 등의 장차관과 주요 보직에 임명된 자들 가운데 다수가 강남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얼마나 많은 인민들이 실망했던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연목구어였다.

그 사이 재벌은 대를 이어 점점 더 많은 부를 축적 세습하고, 강남의 기득권 엘리트들은 대를 이어 학력과 부동산을 세습해 왔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320만 명이 넘고, 20대 청년 절반이 취업을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가히 혁명 직전의 상황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 인민은 늘 3등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인 인민에게 있고 한국 정치의 1등은 원래 인민이다. 최백호의 고백과 달리 3등의 구경꾼으로 전락한 인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민주주의 정치는 투쟁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경청, 이를 비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1등과 2등의 기득권 엘리트들이 권력투쟁을 벌이고 이를 3등인 인민은 개싸움 구경하듯 재미있게 구경만 하는 정치가 결코 아니다. 민주주의는 3등인 인민이 1등이 되는 정치다. 주권자가 나라의 주요한 정책을 직접 의결하는 주권자 직접 정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모전의 정치투쟁과 승자독식은 민주주의가 아닌 엘리트 대의정의 정치다. 서구 근대 국민국가의 대의정 정치를 수입해서 정착시킨 의회정치를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잘못 알고 있다. 기득권 권력자들과 이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가짜 사이비 어용학자들이 그렇게 학교에서 가르치고 사이비 언론이 그렇게 인민들을 세뇌시켰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청와대와 행정부의 장·차관을 비롯해서 공기업 임원에 이르기까지 약 3만여 개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지방자치 단체장도 숫자는 작지만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 한마디로 선거란 군사를 모아 캠프를 차리고 전쟁을 벌여 승리하면 관직과 공직 전리품을 배분하는 정치투쟁의 장이다. 1987년 6공화국 체제 성립 이래 2개의 거대 야당이 교대로 관직 약탈의 선거정치를 해 온 지도 벌써 몇 번째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3등 인민들로 물러나 이런 관직 약탈의 선거정치를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까.

유승찬의 천하 3분지대계, 대전환의 시기, 대전환의 정치

기자 출신의 작가이자 빅데이터 전문가인 유승찬이 주장하는 '한국 정치 3분지계'는 3등 전략이다. 이제는 더는 방관하지 말고 3등인 인민들이 1등으로 직접 나서서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혁명 촉진 전략이다. 2021년 12월 기후 체제 전환을 위한 비공식 한국정치 토론 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요지는 이렇다.

87년체제 이후 약 35년간의 6공화국 체제에서 산업화세력의 이익을 대변한 국민의힘과 민주화세력의 이익을 대변한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보수-진보의 깃발을 걸고 교차 집권해 왔다. 특히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세력이 적대적으로 공생하면서 재벌, 관료 중심의 기득권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했다. 이 체제는 불평등 심화, 차별과 혐오 확대, 기후 위기 등 미래 의제 대응 실패 같은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한국정치의 프레임은 보수 대 진보에서 기득권 대 국민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보수와 진보 엘리트들이 기득권체제에 편입됨으로써 이념은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미사여구의 정치 수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정치는 이제 산업화세력, 민주화세력을 과거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항할 새로운 미래세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한국정치 천하삼분지계의 요체다. 미래세력의 핵심 가치는 기후 파국을 막고 평등, 평화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전면 대응을 중심으로 불평등을 완화하고, 온갖 종류의 차별을 해체하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강고한 기득권 양당 세력에 맞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의도 정당정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후 대전환 운동의 중심을 세우고 이를 지역 운동, 풀뿌리 조직과 결합시키며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차원의 시민 연대 운동이 필요하다.

유승찬의 천하 3분지계와 3등 전략이 최고의 전략이 되려면 레지스땅스의 서사가 있어야 한다. 1등과 2등이 피터지게 싸울 때 무명의 3등은 소리를 갈고 닦으면서 밑바닥에서 인민대중들의 심금을 파고 들어 함께 울고 웃는 레지스땅스의 서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1등과 2등이 서로 피투성이로 엘리트 대의정 선거의 옥타곤 바닥에 나가 떨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니 만들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3등인 인민들이 직접 나서서 기후 정치, 불평등 정치를 할 때가 온다.(두 번째, 세 번째 글로 이어집니다.)

* 위 글은 웹진 <나비>의 '기후@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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