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남한군에 의해 나포된 북한 어민의 송환 문제에 대해 정권이 바뀐 뒤 다른 입장을 내놓는 과정에서, 어민들이 범행을 자백하고 그 과정을 조사해 놓은 합동 정부조사 결과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재차 밝혔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기존 정부의 입장을 바꿨다는 점을 또 다시 자인한 셈이다.
21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합동 정부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지 않고 (북한 어민 송환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 통일부는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측 지역에 들어온 북한 주민의 송환, 귀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당사자의 자유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당사자의 자유의사가 있었는지 그 내용이 귀순인지 송환인지 여부는 기존에 통일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만 가지고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른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는 통일부 의사결정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배경은 전날인 20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TF) 단장이 통일부에 방문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김기웅 차관 및 실무자들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가 관련 자료를 확인하지 않고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송환 결정을) 뒤집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검토가 없었고 국정원이나 기관에 보유하고 있는 합동신문결과 조사서나 보고서 등 외부자료를 일체 보지 않았다. 장·차관과 통일부 국장 등도 모두 보지 않았다. 주먹구구식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단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장관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통일부 소관업무에 대해 책임진다. 이에 따라 통일부의 최종 의사결정은 장관이 하지만, 그러한 의사결정은 어제 민주당 TF에서 언급한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여러 가능한 방안들에 대한 면밀한 내부적 검토를 거쳐 이뤄지게 된다"고 해명했다.
귀순 자유의사 판단 근거? 보고서에 있는데
통일부는 당시 북한 어민이 남한으로 귀순하겠다는 자유의사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합동 정부조사 결과 보고서를 확인할 필요 없이, 통일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만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의 행적을 고려할 때 이들의 귀순의향서만으로는 자유의사의 진정성 근거가 부족할뿐만 아니라, 보고서를 보면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은 17일 밝힌 입장문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정부 보고서에 나와 있다며 북한 어민들이 남한군에 의해 나포되기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같은 내용의 자백이 담겨 있는 보고서에 접근 가능하냐는 질문에 "통일부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합동 신문 조사결과 보고서를 통일부가 관계 기관으로부터 공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통일부는 "지난 북송 결정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의사결정은 통일부 내부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에 장관이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같은 보고서를 검토하지 않고 어민들의 자유의사를 판단했다면 이는 현 정부의 핵심 당국자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게다가 통일부는 해당 보고서에 나와 있는 어민들 행적의 진실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입장을 바꾼 근거로 '장차관의 의지' 외에 다른 요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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