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연천군 유엔군(UN) 화장 시설을 두고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으나 그 어디에도 이를 증명할 공식 자료와 사진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21일 군에 따르면 미산면 동이리 1596㎡ 땅에 유엔군(UN) 화장 시설이 있다.
현재 건물은 없다. 입구에서 자갈이 쌓인 언덕을 따라 100m가량 오르면 돌탑이 나온다.
높이는 10m로 검게 그을린 상태다. 돌 탑 아래엔 사각형 구덩이가, 그 속엔 꽃이 있다. 이곳을 둘러싼 낮은 담장엔 시멘트를 바른 흔적도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수풀이 무성한 좁은 터와 함께 담장(벽체) 몇 개가 솟아 있다.
이곳은 1993년 처음 발견한 장소다.
한국 전쟁 당시 서부전선 전투에서 사망한 유엔군 전사자의 시신을 화장하려고 영국군이 1952년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정부는 2008년 10월1일 이곳을 등록문화재(제408호)로 지정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천군이 이곳의 역사를 기록화하고 추모식을 열고자 올해 4월부터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인데, 국방부·UN·영국군 그 어디에도 공식적인 역사 자료가 전혀 없어서다.
실제로 용역을 맡은 육군사관학교 산학협력단은 지난 14일 군청에서 열린 중간 보고회 때 ‘이곳은 유엔군 화장 시설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사연은 이렇다.
연천 토박이이던 주민 A씨는 ‘1993년 무렵 유엔군이 만든 화장터가 있다’며 모 역사문화연구소장에게 자신의 기억을 전했다.
이어 A씨의 지인이던 B씨도 ‘1950년대에 화장 시설을 봤고, 유엔군이 이곳에서 전사자 장례 의식을 치렀다’고 증언했다.
B씨는 지난 2017년 5월 연천군이 진행한 유엔군 화장장 시설 기록화 조사 연구 용역 때 이런 내용을 두 차례나 구술 기록으로 남겼다.
정부는 이들의 기억 기록을 근거로 이곳을 등록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하지만 B씨의 구술 기록 당시 현장에 참관한 영국군 대령은 ‘그런 일이 없다’며 상반된 증언을 했다.
현재 이들은 모두 고인이 돼 당시 기억이 정말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군 관계자는 “화장 시설을 기억하는 두 분은 이미 돌아가셨고, 일부 주민들의 이야기도 ‘어릴 적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라는 식의 확인하기 어려운 말 뿐이다”라며 “공식적으로 확인할 문서와 사진,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2014년에도 문서·사진·목격자를 찾고자 공식 제보도 받았으나 소득이 없었다”라며 “조만간 국방부·국가보훈처·문화재청·UN 관계자와 세미나를 열고 역사적 실체를 규명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김덕현 군수는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었던 만큼 유엔군 화장 시설 자체를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토양 성분을 조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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